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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6B030204
지역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 청도리 동곡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진 희

1990년 전까지만 해도 도심에서 시골을 찾아 내려가면 방송이나 잡지에서 마치 기인이라도 나타난 듯 호들갑을 떨며 일거수일투족을 쫓아서 그려내기 바빴다. 하지만 어느새 귀농은 새로운 삶의 대안으로 인식되었고, 이러한 움직임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동곡마을에도 번다한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한적한 삶을 찾아 유입한 이를 만날 수 있었다. 마을회관을 지나 마을 안쪽으로 1㎞가량 들어서면 원심원 맞은편으로 야생화만을 취급하는 화원이 보인다.

한 차례 야생화 붐이 일 적에는 지금 있는 하우스 말고도 두 동이 더 자리할 정도로 제법 큰 규모를 갖추었던 곳으로, 현재 이곳에는 국내에서 서식하는 3백여 종의 야생화들이 실내외에 전시되어 있다.

[서울 생활을 청산하다]

김대훈 씨는 2006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동곡마을로 내려왔다.

7년 전 그의 어머니가 인근 전주에서 조용히 꽃을 가꾸며 살고 싶은 마음에 동곡마을을 찾아 화원을 시작했는데, 식당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화원을 처분할 상황이 되자 김대훈 씨가 발 벗고 나서게 된 것이다.

컴퓨터 분야에서 근무했던 그가 ‘꽃 파는 총각’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치 못한 일이었다. 사실, 그는 꽃에는 애당초 관심도 없었거니와 또 ‘죽은 꽃도 살아나간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산야의 꽃에 대해서는 훤히 아시는 어머니만큼 잘할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서울에 나가 생활하는 동안에도 그는 줄곧 화원을 떠올렸고, 컴퓨터 모니터 하단에 표시되는 시계를 두고서도 화원의 꽃의 필 때, 질 때, 분갈이를 할 때를 떠올리며 멀고도 번잡하게 시간 셈을 하곤 했다. 화원일이란 것이 녹록지는 않지만 김대훈 씨는 날이 더할수록 야생화에 매료되고 있다.

“장마 빗속에서도 피고 진 야생화가 이곳으로 옮겨져서 더욱 무리를 짓게 되면 그때의 감격은 이루다 말로 표현 못하죠. 강인하면서도 은은한 면이 좋아요. 동곡마을과도 제법 잘 어울리는 거 같지 않나요?”

[느림과 침묵의 미학을 전파하다]

화원이 마을 귀퉁이에 자리하고 있다 보니 사람 좋아하던 그도 이제는 조용한 삶에 익숙해졌다. 도심 속에서 시각을 다투듯 속도의 중독 속에 살았던 삶이 이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는 느낌보다는 ‘수개월이 지나도 그날이 그날 같다‘고 여겨지지만 김대한 씨의 꿈은 크다.

그는 이곳을 인근 도시민들이 찾아와 자연과 더불어 전통차를 마시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이 이곳에 와서야 비로소 느림과 침묵의 미학을 오롯이 배울 수 있었던 것처럼 도심 속의 사람들도 드나듦이 적은 이곳을 찾아 여유를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아직은 구상 중이지만 제가 학창 시절부터 풍물과 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그것들을 잘 접목시켜 보고 싶어요.”

김대훈 씨의 야생화 화원이 야생화와 더불어 호젓하게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거라 생각하니 기대가 된다. 공간의 테마는 ‘꽃길 속에 만나는 느림의 여유’ 정도로 해두면 어떨까.

[정보제공]

  • •  김대훈(남, 1974년생, 청도리 동곡마을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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