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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6C030202
지역 전라북도 김제시 죽산면 홍산리 내촌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배해수

[이젠 팔순 잔치만 해]

회갑(回甲)은 우리나라 전통의 생애 의례 가운데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 사람의 일생에서 61세는 환갑 또는 회갑으로 자기가 태어난 해로 돌아와 새로 태어남을 의미할 정도로 주위로부터 축하를 받는 특별한 기념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을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다 보니 회갑연을 준비할 분들이 거의 없어 마을에서 열리는 회갑 잔치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사실, 그런 분이 남아 있다 해도 마을 주민 평균 연령이 70~80대가 대부분인 지금, 회갑을 차린다는 것이 오히려 예의에 벗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최근에는 자녀들이 용돈을 모아 부모님에게 드리거나 효도관광을 보내 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1980년대 무렵만 해도 주민들이 모두 함께했던 마을잔치 회갑이 이제는 가족들의 행사로 축소되었다. 대신 팔순 잔치가 마을 잔치로 치러지면서 새로운 의미와 기능을 하는 생애 의례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팔순의 의미는 자식들이 부모의 장수를 축하하는 뜻이 컸으나 이제는 주민들끼리 서로 늙어 가는 처지를 위로하는 동네잔치가 되었다. 하지만 현재 농촌에서의 팔순 잔치는 예전의 떠들썩한 회갑연과 대비된다.

팔순 잔치는 팔순을 맞는 노인들에게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았던 것을 축하하고 무병장수의 염원을 담아서 격려하는 축하연이다. 또 팔순을 맞이한 주민 자신이 부담이 되지 않는 정도에서 정성껏 마을에 희사를 하기도 한다. 떠들썩하지 않게 돼지나 닭, 개 등을 사서 식사를 낸다거나 노인회관에 기념품이나 현금을 내기도 한다.

2009년 내촌마을의 백중날 동네잔치는 팔순을 맞은 강곡례 할머니가 개 한 마리를 희사하여 마을 주민이 풍족하게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예전에는 회갑이나 팔순 등의 잔치는 각자 집에서 했는데, 마을회관이 생긴 후로 방송을 해서 동네 사람들이 회관으로 모인다. 마을 노인들은 자식들과 살고 있지 않기에 음식 장만하기가 어려워 조금의 품삯을 주어 음식을 장만해 주는 사람에게 맡긴다. 최근까지도 마을의 대소사는 어떤 일이라도 시원스럽게 잘하는 주민들 중 비교적 나이가 적은 이정원[1944년생] 씨가 많이 했다.

[늘 가는데 또 가도 함께 가면 재밌어]

정기적으로 1년에 한 번 가는 봄나들이는 특별한 오락거리가 별로 없는 마을의 큰 행사이다. 내촌마을 사람들의 첫 단체 여행은 목포 유달산 관광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특별히 바쁜 일만 없으면 가능한 모두 빠지지 않고 이 봄나들이 길에 동행하려고 한다. 봄나들이 이외에도 가끔씩 마을의 팔순이 된 또래 몇 사람들이 희사한 돈을 모아서 마을 전체가 여행을 가기도 했다. 마을 노인들이 20명만 넘으면 여행 경비를 지자체에서도 부담하여 점심 비용까지 나오지만 나이가 젊은 사람들은 해당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같은 마을 사람들이라 함께 가자고 권해 보아도 나이가 적은 사람들은 나이 많은 노인들에 섞여서 놀러가기를 꺼려한다. 재미도 없이 궂은일을 맡아야 하는 이유이다.

예전에 여행을 갈 때는 점잖게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지만 요즘은 관광버스 안에서 술 한 잔씩 나눠 마시고 춤추며 노는 것이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주민들이 많을 당시에는 관광버스 두 대를 불러야 했다. 차 한 대에 비용이 한 2백만 원 정도 들었어도 마을 출신 자녀들이 협찬을 해서 경비가 남기도 했다. 요즘에는 같이 여행을 떠나던 사람들이 해가 바뀔 때마다 줄어들어 지금은 관광버스 1대만 불러도 충분하다. “이제 시골은 노인들만 남은 폐허”라고 말하는 한 마을 주민의 아쉬워하는 읊조림이 아련하게 귓전에 남았다.

[일이 없으면 마을회관에 모여 놀지]

내촌마을의 현재 마을 평균 연령이 70세 정도인지라 농번기철이라 해도 좀처럼 마을길에서 바삐 오가는 사람을 마주치기가 어려웠다. 가끔 텃밭을 가꾸러 유모차를 밀고 가는 할머니와 뜨거운 여름 햇볕을 피해 담장 아래 그늘로 모여든 할머니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가을걷이가 끝나는 가을부터는 보기가 어렵다. 그렇게 마을길은 다시 썰렁해지고 농촌일이 다시 시작되는 봄철까지 마을 주민들은 주로 회관에 모여서 담소를 나눈다.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평소에도 많은 잔일들로 인해 쉴 틈이 없이 분주하지만, 덥거나 추운 날, 그리고 비가 오는 날에는 노인정에 모여 화투놀이를 한다. 남성에 비해 여성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노인회관은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할아버지들이 할머니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할아버지들이 잠시 운동 기구에 앉아 몸을 풀다 회관을 나서면, 할머니들은 둘러앉아 10원내기 화투놀이에 열중한다.

[정보제공]

  • •  강순례(여, 1927년생, 홍산리 내촌마을 재너머 주민)
  • •  이두영(남, 1931년생, 홍산리 내촌마을 웃몰 주민)
  • •  정인곤(남, 1932년생, 홍산리 내촌마을 노인회장)
  • •  김분순(여, 1933년생, 홍산리 내촌마을 웃몰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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