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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6C030204
지역 전라북도 김제시 죽산면 홍산리 내촌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선희

[마을의 중심 내촌마을회관]

내촌마을회관 앞에 가면 노인회, 청년회, 부녀회 등 여러 개의 현판이 함께 걸려 있다.

많지 않은 수의 마을 사람들이지만 마을 내에서 각각 속해 있는 조직이 다르기 때문이다. 60세 이상이 되면 노인회 회원이 된다. 정회원과 준회원이 나누어져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 남녀를 막론하고 노인회에 참여하게 되는데, 내촌 주민의 평균 연령이 높다 보니 마을 차원에서는 60세 미만도 일반 회원으로 참여한다. 노인회 외에도 청년회와 부녀회가 존재하지만 마을 대소사는 노인회가 주축이 되어 추진해 나간다.

노인회 운영은 정부 보조금 외에도 모금 활동을 통해 조성한 기금으로 이루어진다. 모금 활동에는 주민뿐 아니라 주민들의 가족들도 함께한다. 타지에 살고 있는 자녀들은 고향에 대한 애정으로 모금 활동에 참여하는데, 모금 활동이 이룬 성과는 과거 건립된 노인회관을 통해 확인된다.

청년회와 부녀회는 마을 일 외에도 마을을 대표해 면과 시 단위 일에 참여한다. 부녀회는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주로 가구의 환경 개선 문제 등을 논의하기도 하고, 김제지평선축제를 비롯한 큰 행사에 주민 대표로 참석해 봉사 활동을 한다.

청년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활동을 하지만, 남성들은 대체로 노인회에 속하다 보니 활동이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마을을 끌고 온 주민 자치 조직들]

나이와 성별에 따라 마을 내 조직을 달리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전통이다. 1950년대부터 농촌의 각 마을에는 농사개량구락부, 생활개선구락부, 4-H구락부라는 주민자치조직이 있었다. 이 조직들은 주로 농민들의 생활 및 교육 전반에 대한 계몽 활동을 이끌었다.

구락부는 클럽(club)에 대한 일본식 표현으로 현재는 사용되지 않지만 주민들은 당시의 구락부 활동이 현재의 생활을 만들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농사개량구락부는 주로 남성들이 농업 기술 교육을 포함한 농사 전반에 관련한 내용들을 교육받고 마을 내 농업 환경 개선을 위해 조직되었다. 생활개선구락부는 부녀회와 비슷한 개념으로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생활환경 개선을 이끌었다. 4-H구락부는 청소년들의 교육 및 생활에 관한 배양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교육 활동 단체였다. 여기서 4-H는 지(智), 덕(德), 노(勞), 체(體)의 영어인 마음[Heart], 손[Hands], 건강[Health], 머리[Head]를 의미하는 약어이다.

구락부는 선진 농업 기술 보급과 농촌 생활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농촌지도소’에서 관리하면서 그 활동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특히, 내촌에서 그 활동이 두드러져 김제농촌지도소가 내촌지도소가 아니냐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박성균[1932년생] 할아버지와 박영환[1934년생] 할아버지의 기억에 구락부와 같은 마을 내 자치 조직의 활동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약화되거나 사라졌다고 한다. 1998년 농촌지도소가 농업기술센터로 바뀐 것을 통해서도 충분히 변화를 겪었음이 짐작된다.

그러나 성별과 나이에 따라 구분됐던 자치 활동은 노인회, 청년회, 부녀회 등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나이 따라 일하는 것도 노는 것도 다르지]

세대별 성별 차이는 농사짓는 방식이나 단체 놀이 혹은 일상생활에서도 구분된다. 젊은 세대들은 논을 놀리는 것을 싫어해서 보리농사나 양파 농사를 통해 이모작을 꾸준히 하고 있다. 나이 드신 분들은 논을 활용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아도 힘이 달려서 실행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이러한 세대별 성별 차이는 마을회관을 이용하는 방식에서도 두드러지게 차이를 드러낸다.여성들을 중심으로 보면, 부녀회원을 중심으로 조금이라도 젊어 화투를 할 수 있는 분들은 마을회관에 하루 한 번 이상은 모이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들은 그들을 중심으로 한 분위기가 싫어 마을 한켠으로 모이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재너머, 큰뜸, 웃몰[웃멀], 구석뜸 등 구분된 마을 생활권에 따라 나뉜다고 보는 게 정확할 수도 있지만 서로가 좀처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세대 간 차이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성들 역시 70세 이상의 노인회 어르신들은 회관에 자주 모여 마을 일을 논의하고 진행하지만, 그보다 젊은 남성들은 공식적인 모임을 제외하곤 회관에 자주 들르지 않는다.

여성들의 일상에서는 조금 더 특이한 구분도 드러난다. 대표적인 것이 미용실을 가는 것인데, 젊은 사람들은 죽산면의 면소재지인 죽산리로, 나이가 드신 분들은 김제 시내로 간다. 연령에 따라 선호하는 미용실이 다른 것은 옆 동네인 외리에 살고 있는 서순애 씨가 운영하는 김제 시내 미용실이 다니기가 더 편해서이다.

서순애 씨는 아침 출근길에 인근 동네에 거주하는 할머니들을 태우고 가는 일이 많다. 할머니들은 머리를 하겠다고 미리 예약을 하고, 약속한 장소에 모여 서순애 씨의 차를 타고 미용실로 향하는 것이다. 부지런한 할머니들은 아침 일찍 머리를 하고 시내에서 볼일도 보고 정오쯤 마을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들어온다. 번거로워 보여도 과거에 머리를 하러 죽산까지 걸어간 것에 비하면 훨씬 수월해서 좋다고 입을 모은다. 젊은 여성들은 각각 추구하는 스타일이 달라서라고 말하지만 또래의 이웃 주민 차를 타는 것보다는 자신들만의 시간을 갖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싶다.

어쨌든 마을 내 세대별 성별 차이는 젊은 아주머니들로 북적되는 한낮의 마을회관의 일상적 풍경에서 점차 고립되는 농촌의 일면을 볼 수 있다.

[정보제공]

  • •  강순례(여, 1927년생, 홍산리 내촌마을 재너머 주민)
  • •  김분순(여, 1933년생, 홍산리 내촌마을 웃몰 주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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