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조선 후기 대구 지역에서 강학 활동과 구국 활동을 한 손처눌이 송사의 사정을 정구에게 알리기 위하여 보낸 편지.

[개설]

「상한강선생(上寒岡先生)」의 저자 손처눌(孫處訥)[1553~1634]의 본관은 일직(一直)이며, 자는 기도(幾道)이고, 호는 모당(慕堂)이다. 아버지는 손수(孫遂)이고, 어머니는 한산이씨(韓山李氏) 이탄(李坦)의 딸이다. 정구(鄭逑)[1543~1620]의 문인이다. 장현광(張顯光)[1554~1637], 서사원(徐思遠)[1550~1615], 곽재겸(郭再謙)[1547~1615], 류요신(柳堯臣)[1550~1618] 등과 교유하였다. 학문과 효행으로 이름이 높았다. 임진왜란(壬辰倭亂)[1592]이 발발하자 대구의 지역 인사들과 공산의진군(公山義陣軍)을 조직하여 왜적을 물리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서사원과 함께 대구 지역의 강학 활동에 힘써 대구 문풍(文風) 발전에 이바지하였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황금동의 청호서원(靑湖書院)에 제향되었다. 저서로 『모당집(慕堂集)』이 있다.

정구(鄭逑)[1543~1620]의 본관은 청주(淸州)이고, 자는 도가(道可)이며, 호는 한강(寒岡)이다. 아버지는 정사중(鄭思中)이며, 어머니는 성주이씨(星州李氏) 이환(李煥)의 딸이다. 이황(李滉)[1501~1570]과 조식(曺植)[1501~1572]의 문인이다. 모든 방면의 학문에 정통하였고, 특히 예학(禮學)에 조예가 깊어 많은 예서(禮書)를 편찬하였다. 정구는 말년에 칠곡 사수(泗水)[현 대구광역시 북구 사수동과 경상북도 칠곡군 지천면 일대]로 이거(移居)하여 후진양성에 힘썼으며, 대구를 포함한 인근 지역의 유학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대구의 연경서원(硏經書院)·도동서원(道東書院) 등 많은 서원에 제향되었다.

「상한강선생」의 이칭은 「한강 선생께 올리다」이다.

[구성]

「상한강선생」은 한강 정구의 안부를 묻고, 근래에 있었던 송사에 대한 심경을 표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

중춘(仲春)이라 여전히 따뜻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선생의 도체(道體)에 신의 가호와 길함이 있어 변변찮은 제가 우러러 위로됨이 지극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지난겨울에 비록 선생을 뵈었지만 집안에 제사가 있었기 때문에 머물러 모시면서 일을 마무리 짓고 돌아오지 못하여 죄진 한스러움이 여전히 가슴속에서 없어지지 않습니다. 제가 세상에 오래 살게 되어 난리 때 적들에게 죽지 못하였던 것이 수치였습니다. 지금 장차 죽게 될 날이 가까운데 이 고장 사람의 송사를 만났습니다. 비단 천한 제 이름이 정문(呈文)에 나돌 뿐 아니라 서사원 형 또한 언어 문자 사이에서 모욕을 면치 못하고 끝내 의논이 성묘(聖廟)에까지 이르러 선비들을 모함하니 극심한 불행을 어찌 차마 우러러 비유하겠습니까? 나머지는 가까운 날에 찾아가 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仲春猶溫. 仰惟先生道體神相有吉 無任區區慰仰之至. 前冬雖獲拜座下 以家間祭故. 未得留侍畢役而還 負罪之恨 迨尙不泯于中. 處訥久生斯世 不死是賊爲恥. 今將就木之日 遇此鄕人上九之訟. 非徒賤名出入於呈文中 行甫兄亦未免侮辱於言語文字間 終至議及聖廟 謀陷士類 不幸之甚 何忍仰喩? 餘竢近日趨拜奉展].

[특징]

「상한강선생」에 대한 정구의 답서가 「부한강선생답서(附寒岡先生答書)」이다.

[의의와 평가]

「상한강선생」에서 손처눌이 언급한 송사의 내용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송사에 휘말린 손처눌의 심경과 송사 해결을 위하여 유림(儒林)에서 협의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상한강선생」은 대구 지역의 조선 중후기 문화사 일면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기초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