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005T040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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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郡內面 德柄마을-特性-마을사람들이 키우는 것들 |
이칭/별칭 | 덕저리,떡저리,덕병 |
분야 | 지리/인문 지리 |
유형 | 지명/행정 지명과 마을 |
지역 | 전라남도 진도군 군내면 덕병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옥희 |
[마을 사람들이 키우는 것들]
전통적인 마을로는 보기 드물게 북향을 하고 앉은 덕병마을은 앞쪽으로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다. 수백년간 그 들판을 삶의 터전으로 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시사철 땀을 흘려왔는지 모른다. 농촌에 전해지는 속담에 따르면 2월 초하루면 농부가 썩은 새끼줄을 들고 뒷산에 목매달아 죽으러 오른다고 한다. 농사가 시작되는 철이면 농부들에게는 고행의 나날이 기다리고 있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마른 솜같은 몸을 이끌고 농사일을 하다보면 죽을 지경이다.
마을과 들판은 삶의 두 터전이다. 먼발치에서 바라다보면 옹기종기 시골집들이 사이좋게 모여 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 집 두 집 들어서면서 마을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구불구불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형편에 따라서 크고 작은 집들이 자리를 잡았다. 남의 집 부엌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시골 마을사람들은 한 집 식구나 같다. 필요하면 언제든 농기구도 빌리고, 혹 집에 손님이 와서 밥이 없으면 밥도 빌려가는 그런 사이다. 밤이슬이 내릴 즈음 남자들은 사랑방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여자들은 이웃집에 마실을 간다. 돌담을 사이에 둔 이웃과 남이 아닌 가족처럼 지내왔다. 마음이 열려 있으니 닫힐 게 없다.
덕병마을은 새로 지은 근사한 집도 많지만, 흙벽을 쌓아 지은 오래되어 심하게 퇴락한 집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집들에서는 많든 적든 마당에 화초를 가꾸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소박하게 일년생 화초를 키우는 집들도 있지만, 거의 모든 집들이 화분에 꽃이며 나무를 심어 앞마당에 두었다. 어떤 집은 마치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것처럼 잘 가꿔진 정원도 가졌다. 진도에서 볼 수 있는 모습 중의 하나는 덕병마을처럼 거의 모든 집들이 마당에 화초를 기르는 것이다. 진도의 풍부한 문화와 예술이 바로 앞마당에 화초를 기르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여도 지나친 말은 아닐지 모른다. 들판에는 곡식을 키우고, 마당에는 화초를 키운다. 그러나 키우는 것이 유독 이것들만은 아니다. 정작 소중한 것은 자식을 키우는 일이다.
한 지붕 아래 밥 먹고, 잠자고, 일상을 함께 살아온 가족들에게 전설같은 이야기가 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부모로부터 전해들은 돌아가신지 오래된 할아버지나 할머니 이야기가 한여름 벌초를 할 때 생각나 낫질에 힘을 더한다. 3대가 한집에 살면서 가족사가 말로 전해진다. 벽에 걸린 횃대며, 닳아빠진 문지방, 그리고 뒷마당에 감나무 등 가족사와 얽혀있지 않은 게 없다. 들에서는 곡식을 키우고, 집에서는 자식을 키운다. 들과 집은 다르지만, 그리고 거기에서 키워지는 곡식과 자식 역시 다르지만, 그러나 둘은 둘이 아니다. 둘이면서 하나요, 하나이면서 둘이다. 태어나면 자라는 것이 성장의 법칙이다. 그러나 그냥 두어도 성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보살핌이 필요하다. 곡식도 보살펴야 하고, 자식도 보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