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900018 |
---|---|
한자 | 旅菴申景濬-古地圖 |
분야 | 지리/인문 지리,문화유산/기록 유산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전라북도 순창군 |
시대 | 조선/조선 후기 |
집필자 | 양보경 |
[개설]
여암(旅菴) 신경준(申景濬)[1712~1781]은 귀래정(歸來亭) 신말주(申末舟)의 후손으로 조선 지리학의 황금기였던 18세기 후반에 영조의 명을 받아 조선의 지도 제작사에서 매우 중요한 방안 지도인 『동국여지도(東國輿地圖)』를 제작하였다. 또한 순창의 신경준가(申景濬家) 후손 집안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강화 이북 해역도(江華以北海域圖)」와 「북방 강역도(北方疆域圖)」 등 지도들이 소장되어 있어 신경준의 지도에 대한 중요성 인식 및 실천을 보여 준다.
조선 시대에 국토 환경의 토대인 자연, 지리의 중요성을 학문적으로 정리하고 체계화하고자 하는 노력은 조선 후기에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사회의 역동적인 변화가 지역 내지 국토의 공간 구조 변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을 인식한 실학적 지리학자들이 주도하였다. 조선 후기의 많은 실학자들은 사회 변화와 함께 국토·지역의 구조가 변화함을 인식하고, 지리학의 중요성과 실용성을 주목하여 지리에 관한 저술들을 남겼다.
조선 시대 지리학의 특징은 활발한 지리지와 지도 제작으로 국토의 모습을 정리해 국토의 인문 지리 토대를 만든 점이다. 그러나 여암 신경준처럼 방대한 지리학 저술을 남기고, 자신의 지리적 지식을 인정받아 국가적인 편찬 사업으로 연결시켰던 경우는 매우 드물다. 많은 실학자들이 재야에서 활동하였음에 반하여 신경준은 국가적인 사업에 그의 재능과 학식을 발휘하여 조선 후기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실천적 지리학자라는 점에서 다른 실학파 지리학자들과 구별된다.
[조선 전도 제작의 주춧돌이 된 『동국여지도』]
여암 신경준은 조선의 가장 훌륭한 지리학자 및 지도 제작자 중의 한사람이다. 신경준은 『강역지(疆域誌)』·『산수고(山水考)』·『강계고(疆界考)』·『사연고(四沿考)』·『도로고(道路考)』·『가람고(伽藍考)』·『거제책(車制策)』 등 많은 지리학 저서를 남겼으며, 지도 제작에도 획기적인 업적을 남겼다.
『여암 유고(旅菴遺稿)』 권5의 「동국여지도 발(東國輿地圖跋)」과 『여암 유고』 권13, 부록의 「영묘 어제 여지도 소서(英廟御製輿地圖小敍)」, 『여암집(旅菴集)』 제4책, 잡저(雜著), 권7의 「동국여지도 발(東國輿地圖跋)」, 「동국 팔로도 소지(東國八路圖小識)」에 의하면 신경준은 농포자 정상기(鄭尙驥)[1678~1752]의 아들인 정항령(鄭恒齡)[1700~미상]의 지도를 바탕으로 1770년(영조 46)에 『동국여지도』를 제작했다.
영조는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를 편찬하도록 하면서 신경준의 건의에 따라 별도로 ‘동국 지도(東國地圖)’를 만들 것을 명했다. 신경준은 관청에 있는 지도 10여 건을 검토하고, 여러 집을 방문하여 소장된 지도들을 살펴보았으나 현로(玄老)[정항령의 자]가 그린 지도만한 것이 없어 정항령의 지도를 사용했다고 기록하였다. 정항령의 지도에 약간의 교정을 가하여 6월 초6일에 시작하여 8월 14일에 지도 편찬 작업을 완료하였다. 그리하여 열읍도(列邑圖) 8권, 팔도도(八道圖) 1권, 전국도 족자 1축을 임금에게 올렸다.
임금에게 올린 지도는 주척(周尺) 2촌을 하나의 선으로 하여 세로선 76개, 가로선 131개의 좌표 방안 위에 그렸던 방안 지도였다. 즉 신경준이 편찬한 『동국여지도』는 각 도별로 전국의 330여 개의 군현 지도를 모은 군현 지도집 8권, 팔도의 각 도별도를 모은 도별 지도집 1권, 그리고 족자 형태의 전국 지도 1축으로 구성된 지도로서 당시까지의 지도학의 성과를 총집합한 것이었다. 특히 이 『동국여지도』는 전국을 세로선 76개, 가로선 131개의 격자를 설정해 지도 위에 나타내고, 그 위에 지도를 그린 방안 지도였다. 하나의 방안은 주척(周尺) 2촌 간격으로 약 8㎞[20리]를 나타냈다.
경위선 표식 지도, 획정식 지도, 방격 지도 등으로도 불리는 방안 지도는 모든 군현 지도를 같은 축척으로 그림으로써 군현 지도들 사이의 분합을 가능하게 한 과학적 지도이다. 이로써 전국의 각 군현 지도를 연결시켜 지역별, 도별, 나아가 전국 지도로 합해 볼 수도 있고, 나누어 볼 수도 있다. 동일한 축척을 가진 군현 지도들은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와 같은 대축척 전국 지도를 만들 수 있는 바탕이 되었으며, 일정한 축척을 적용함으로써 정확하고 과학적인 지도를 제작하려 했던 노력의 결과를 보여 준다.
지도 안에 400m[1리], 혹은 4㎞[10리], 8㎞[20리] 방안을 그리고 그 위에 지도를 그리게 되면, 지역과 지역 간의 거리 파악이나 방위, 위치 등이 더욱 정확하고 정교하게 된다. 축척의 적용, 대축척 지도, 전국을 포괄하는 공간적 범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18세기 중후반에 여러 종 제작된 방안 지도는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신경준은 회화식 지도의 전통과는 다른 방안 지도를 국가적 차원에서 정리함으로써, 정확하고 과학적인 지도의 제작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신경준이 제작한 『동국여지도』가 현전하는가, 현전한다면 어떤 지도에 해당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들이 있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정리하면, 8㎞[20리] 방안 위에 그려진 『조선지도(朝鮮地圖)』[보물 제1587호, 서울 대학교 규장각 한국학 연구원 소장]와 『조선팔도지도』[서울 대학교 규장각 한국학 연구원 소장], 『동국지도 3(東國地圖三)』[국립 중앙 도서관 소장], 『해동여지도(海東輿地圖)』[보물 제1593호, 국립 중앙 도서관 소장] 등이 군현 지도집의 사본으로, 『동국팔로분지도(東國八路分地圖)』[성신 여자 대학교 박물관 소장]와 『함경도·경기도·강원도 지도』[보물 제1598호, 경희 대학교 혜정 박물관 소장] 등이 팔도도 즉 도별도의 사본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경준은 지도 제작을 위해 정상기의 『동국지도』 사본을 저본으로 활용하면서 고을의 모습이 상세하게 묘사된 기존의 회화식 군현 지도, 읍지와 같은 지리지를 참고 자료로 삼았다. 이 가운데 『조선지도』・『조선팔도지도』・『함경도·경기도·강원도 지도』등에는 전라도 지도가 누락되어 순창의 모습을 살펴볼 수 없다. 다만 후대 사본으로 추정되는 『동국지도 3』, 『해동여지도』등에는 순창군 지도가 포함되어 있다. 『해동여지도』에는 순창, 옥과, 담양, 창평 지도가 한 도면에 함께 그려져 있다. 순창에는 각 면의 이름, 무량산・무이산・장덕산・금산・광덕산・세암산・옥출산 등 산, 작천 등 하천, 노령・우치 등 고개, 그리고 사찰로 취암사, 나루터로 적성진 등이 표시되어 있어, 간략하지만 18세기 말의 순창 지역의 모습을 보여 준다.
신경준의 『동국여지도』는 지도학사상 차지하는 의의가 매우 크다. 방안식 군현 지도는 국가에서 수집했던 모든 국토 정보를 총망라해 일목요연하게 종합한 시각적 백과사전이었다. 도별도의 경우 정항령의 지도를 바탕으로 하였으나, 대폭 확대하여 대축척의 지도로 만들어 내용이 더욱 풍부하고 상세하며 정확해졌다. 또한 신경준이 제작한 20리 방안 군현 지도들은 19세기에 『대동여지도』로 완성되는 일련의 대축척 전도(全圖)로 발전해 조선 전도 제작의 초석을 놓았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신경준가의 알려지지 않은 보물 「강화 이북 해역도」와 「북방 강역도」]
신경준 가에는 문헌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군사적 성격을 지닌 관방 지도 2종이 소장되어 있으며, 전라북도 유형 문화재 제89호로 지정되어 있다. 지도에 제목이 기록되어 있지 않아 편의상 「강화 이북 해역도(江華以北海域圖)」와 「북방 강역도(北方疆域圖)」로 부르고 있다.
「강화 이북 해역도」는 해안의 지형과 섬의 배치를 그린 해안 지도이다. 세로 83㎝, 가로 272㎝의 대형 낱장 지도이다. 강화도로부터 압록강 하구의 대하도(大蝦島)·소하도(小蝦島)·신도(薪島)에 이르는 크고 작은 섬을 그리고 거리를 표시하였으며, 해초와 암초도 상세하게 표시한 점이 특징이다. 또한 한양에서 의주에 이르는 서해 연안의 해안선, 산천, 거리 등도 상단에 표현한 희귀한 유형의 지도이다. 해안과 섬을 중심으로 표현한 이 지도는 도로, 특히 해로(海路)에 관심을 둔 신경준의 지리 인식을 보여 주는 지도라 할 수 있다.
「북방 강역도」는 백두산 부터 황해도에 이르는 북부 지방을 매우 상세하게 그린 채색 관방 지도이다. 세로 111㎝, 가로 73.5㎝의 크기의 낱장 지도로서 두꺼운 지질의 한지에 그려져 있다. 산천, 성곽, 섬, 군현, 진보(鎭堡), 도로, 지명 등을 자세하게 표현한 군사용 지도라 할 수 있다. 특히 백두산 부근의 진보와 도로 등이 상세하다. 백두산을 크게 강조하고 흰색을 가채해 입체감이 두드러지도록 표현해 백두산을 신성하게 표현했다. 압록강 남쪽에 설치했던 요새들인 파수(把守)도 상세하게 기입되어 있으며, 압록강 대안의 중국 쪽 지명도 자세해 북쪽 국경 지방의 방어에 대한 관심을 잘 반영하고 있는 지도이다. 「강화 이북 해역도」와 「북방 강역도」는 2013년 현재 순창군 순창읍 가남리 고령 신씨 본가 안에 세워진 보호각인 유장각(遺藏閣)[1990년 건립]에 보관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