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9018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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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龍臺庵傳說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전라북도 순창군 팔덕면 청계리 |
집필자 | 박정미 |
수록|간행 시기/일시 | 2002년 12월 - 「용대암 전설」 『순창의 구전 설화』상에 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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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지명 | 강천사 - 전라북도 순창군 팔덕면 청계리 998 |
성격 | 사찰 이전담|풍수담 |
주요 등장 인물 | 주지승|천 년 묵은 지네 |
모티프 유형 | 천 년 묵은 지네|하늘이 내린 절터 |
[정의]
전라북도 순창군 팔덕면 청계리에서 강천사의 용대암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용대암 전설」은 천 년 묵은 지네의 승천을 방해하여 지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던 암자가 결국 절을 옮김으로써 화를 면했다는 사찰 이전담이다. 또한 강천사의 옮긴 절터가 오히려 하늘이 내린 명당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내 주는 풍수담이기도 하다. 대개 요물의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 부처님의 힘을 빌려 그 요물을 퇴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용대암 전설」은 오히려 절을 옮김으로써 화를 면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채록/수집 상황]
2002년 12월 양상화가 엮어 순창 문화원에서 간행한 『순창의 구전 설화』상의 172쪽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
강천산은 순창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알려진 명산이라서 옛날부터 여러 암자들이 있었다. 암자들 중에는 강천사 서북방에 자리를 잡은 용대암이 가장 크게 번창하였다. 워낙 명당 터였기에 사찰의 세는 더욱 번창하였다. 그런데 절이 생긴 지 꼭 100년째 되는 해부터 매달 음력 초하룻날 밤이면 어김없이 괴물이 나타나 주지승을 실신시키고 많은 승려들을 괴롭혔다.
그러기를 몇 년, 그동안 시름시름 앓던 주지승이 입적을 하게 되었고, 새로운 주지승이 오게 되었다. 이 주지승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자세히 듣고는 이는 필시 부처님께 정성이 부족한 탓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날부터 부처님 앞에 엎드려 지극 정성으로 염불을 하며 괴물을 물리칠 묘책을 알려 달라고 빌었다.
그러자 3일째 되던 날 밤, 부처님이 꿈에 나타나 그 괴물을 굴복시키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라고 일러 주었다. 다음 달 초하룻날 밤이 되기 전에 청룡과 황룡을 그려 절 마루 끝 양 기둥에 붙여 놓으면 괴물이 나타나되 일대 이변이 일어날 것이니 그대로 시행하라고 하였다. 주지승이 꿈에서 깨어나 보니 부처님은 온데간데없고 향불 냄새만 가득하였다.
드디어 또다시 초하룻날 밤이 되었다. 주지승은 동자승을 시켜 횃불을 높이 들어 사방을 밝히게 하였고, 남은 승려들도 주지승 곁을 지켰다. 시간이 점점 흘러가고 초조감은 더해 갔다. 그전에 괴물이 나타났던 시간에 가까워지자 모두들 불안해했고, 주지승 또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순간 바람도 없는데 촛불이 꺼질 듯 말 듯 하더니 싸늘한 기운이 경내를 휩싸고 돌아 몸을 움츠러들게 하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휘파람 소리가 요란해지며 뚜벅뚜벅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주지승은 삽시간에 마음이 어지러워지고 공포감에 휩싸였다. 그야말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나타난 것이다. 주지승은 혼미해져 가는 정신을 가다듬고 벌떡 일어나 앞뜰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사람도 아니고 짐승도 아닌 한 괴물이 뜰아래 넙죽 엎드려 있지 않은가. 주지승은 엉겁결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눈을 부릅떠 크게 꾸짖으려 하자 그 괴물은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하며 말하기를, "나는 천 년 묵은 지네입니다. 이제 인간 세계에서 수명을 다하여 승천할 기회가 왔는데 절에서 밤낮으로 향불을 피워 대는 바람에 숨이 막혀 뜻을 이루지 못하니 이 어찌 원통하지 않겠습니까? 오늘 밤에는 기필코 모두를 쓸어버리고 승천하려 했는데 청룡과 황룡이 이를 방해하니 이제 스님께 구원을 청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하옵건대 새 터를 잡아 절을 옮겨 주기만을 빌겠습니다." 하였다.
주지승은 비몽사몽 정신을 잃었다가 잠시 후 깨어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른 승려들은 전혀 아무런 낌새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혼절하여 쓰러졌던 주지승이 깨어나니 다른 승려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지승은 그 일을 승려들에게 말했다.
이윽고 먼동이 트기 시작했고, 아침을 맞은 승려들은 지난 밤 사건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 끝에 절을 옮기기로 작정하고 새로운 절터를 찾기 시작했다. 그 새 터는 반드시 천 년 묵은 지네가 다시는 더 범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청룡과 황룡이 버티고 있는 곳이라야 했다. 그 새 터가 지금의 강천사이다. 강천사 자리는 선담(仙潭)이라 일컫는 위 용소가 있고, 옥녀담(玉女潭)이라 일컫는 아래 용소가 있기에 어떤 사특한 세력도 깃들 수가 없는 길지였다. 지금의 강천사는 이렇게 하늘의 도움으로 이루어졌기에 사천왕암과 관음암이 주변에 버티고 있어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있는 사천왕문도 필요가 없게 되었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용대암 전설」의 주요 모티프는 '천 년 묵은 지네', '하늘이 내린 절터' 등이다. 절의 주지승과 승려들을 괴롭히던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바로 승천을 앞두고 있던 천 년 묵은 지네였다. 대개 '천 년 묵은 지네'는 요물로 간주되어 절대자의 도력으로 이를 퇴치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나, 「용대암 전설」은 오히려 절을 옮김으로써 천 년 묵은 지네가 승천하는 것을 도와준다. 새롭게 터를 잡은 곳은 풍수적으로 청룡과 황룡이 자리한 곳이고, 사천왕암과 관음암이 자리하고 있어 절터로서는 명당자리였다. 「용대암 전설」은 이러한 절터에 자리 잡은 강천사가 하늘의 힘, 부처의 힘으로 자리 잡은 길지임을 드러내 주고 있다. 괴물 퇴치담의 변형으로 볼 수 있으며, 풍수담의 일종으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