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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6C030201
지역 전라북도 김제시 죽산면 홍산리 내촌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선희

[교회가 기도만 하는 곳이 아니야]

나정순[1928년생] 할머니는 새벽 4시면 일어나서 교회로 향한다. 4시 반에 열리는 새벽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서이다.

1985년부터 1997년까지 12년 동안 권사로 활동했던 할머니는, 지금도 명예권사로 신앙을 권유하는 일과 교회 안의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내촌마을에는 나정순 할머니 외에도 여러 할머니들이 교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할머니들에게 교회는 신앙 공동체 이상을 의미하는 곳인데, 이는 교회가 사회·문화·교육 활동의 장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의 젊은 시절, 교회는 바쁜 농사철이 되면 아이들을 돌봐 줬던 탁아소였고, 결혼과 같은 마을 대소사를 함께 치르는 곳이기도 했다. 어려운 생활고로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할머니들은 수년전부터 교회에서 한글을 배웠는데, 한글을 배운 후 여러 가지 편리한 점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되어서도 좋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는 노인들이 홀로 살아야 되는 외로운 시골의 삶에서 교회는 든든한 위안처가 되고 있다.

[마을에서 유일했던 공부방이자 놀이터로]

홍산교회는 내촌외리가 만나는 곳에 있다. 말뫼동산에 다다르면 건너편에 서 있는 오래된 종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홍산교회는 1960년 월촌면 연정리에 위치한 연정교회에서 분리되어 나왔다.

마을 사람들이 연정교회까지 다니는 게 힘들었던 차에 점차 교인 수가 늘면서 마을 안에 교회를 세울 생각을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교회 건물이 없어서 오남식 씨 집에서 예배를 올렸다. 이후, 내촌마을회관 위쪽에 간이 건물을 지어 예배를 본 적도 있다. 그러던 중 1961년 교인 한 명이 대지 300평[991.76㎡]을 헌납해 교회당과 사택을 짓게 되었다.

교회가 본격적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난 것은 교회당을 마련하면서부터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가 죽산면 면소재지에 있지만 학교 외에 다른 교육 시설이나 놀이 시설이 없었기에 마을에서 교회는 아이들이 모여서 공부하며 놀 수 있었던 공부방이자 놀이터였다.

방학이 되면 열리던 여름성경학교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놀이를 즐기고 보충 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교회 청년 회원들이 아이들에게 모자란 학습을 보충해 주곤 했던 것이다. 그리고 교회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만난 젊은 남녀가 결혼에 이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럴 때면 동네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목사의 주례로 조촐한 결혼식이 교회에서 열렸다. 현재는 곡식 창고로 이용되고 있는 아기자기한 옛날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그 안에서 뛰놀던 아이들과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풍경을 그려낼 수 있었다.

[노년의 삶은 든든하게 받쳐 주는 곳]

현재의 교회당은 1985년도에 역시 교인이 헌납한 땅에 지었다.

그런데 과거와 달라진 것은 젊은 청년들, 아이들이 교회 안에서 북적거리던 광경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올해로 18년째 재직 중인 김정규[1958년생] 목사는 2000년경부터 경로대학을 운영하면서 할머니들의 신앙 활동을 돕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로대학에서는 성경을 필사하는 과정을 통해 할머니들이 한글을 깨우치고 스스로 성경을 읽으며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할머니 한 분은 자신이 작성했던 필사본을 보이며, 당시 성경쓰기 경진대회에서 받은 상도 자랑했다. 교회 경로대학을 통해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해 주며, 교회가 제공하는 이런 저런 좋은 점을 자랑하였다.

또 다른 교인인 양복자[1938년생] 할머니도 교회를 자랑스럽게 소개하면서, 여름성경학교가 젊은이들보다 할머니들이 많아져 걱정이라고 말한다.

할머니들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마을의 교회는 신앙 공동체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가진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노인들이 교회를 중심으로 삶의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하는 열의는 비슷한 처지로 서로의 외로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인 것 같다.

“교인들이 서로서로 보듬으면서 생활하는 모습을 볼 때면 교인들에게 더욱 애착을 느끼게 된다.”는 김정규 목사의 말을 통해 홍산교회가 단순히 종교 생활만을 위한 곳이 아닌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교회 그 이상의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보제공]

  • •  나정순(여, 1928년생, 홍산리 내촌마을 재너머 주민)
  • •  양복자(여, 1938년생, 홍산리 내촌마을 재너머 주민)
  • •  장순례(여, 1938년생, 홍산리 내촌마을 너머뜸 주민)
  • •  김정규(남, 1958년생, 홍산리 내촌마을 홍산교회 목사)
[참고문헌]
  • 홍산교회(http://hongsanch.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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