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조선 후기 고창 출신의 유학자.

[가계]

본관은 제주(濟州). 자는 순서(舜瑞)·응중(應仲), 호는 방산(方山). 증조할아버지는 요은(鬧隱) 고여흥(高汝興)이고, 할아버지는 고재경(高在慶)이다. 아버지는 고우용(高友龍)이며, 어머니는 양성이씨(陽城李氏)로 이인발(李仁馞)의 딸이다. 부인은 진주정씨(晋州鄭氏)로 정상악(鄭象岳)의 딸이다.

[활동사항]

고한벽(高漢璧)은 5세 때인 1722년(경종 1) 겨울 어머니 양성이씨에게서 『천자문(千字文)』과 집구(集句)를 배웠다. 1725년(영조 1) 자형 덕곡(德谷) 이성익(李聖益)과 3년 동안 함께 지내며 글을 배웠고, 1730년(영조 6) 『자치통감(資治通鑑)』을 배웠다. 1732년(영조 8) 연사(煙寺)에 머물며 글을 읽었고, 1746년(영조 22) 이성(尼城)[논산]에 가서 명재(明齋) 윤증(尹拯)의 면례(緬禮)에 참석하고 그곳에서 도곡(陶谷) 이양원(李養源)과 소곡(素谷) 윤광소(尹光紹) 등을 만난 뒤 두 사람의 문하에 출입하며 학덕을 길렀다. 1748년(영조 24) 아우 고한덕(高漢德)과 연사에 가서 『시경(詩經)』을 읽었다.

1761년(영조 37) 5월 윤증(尹拯)이 찬한 증조부 고여흥의 비문을 이양원에게 글로 써 달라고 부탁하여 받아 오고, 11월에 비석을 세웠다. 그 해 증조 고여흥을 창효사(彰孝祠)에 추배하였다. 1766년(영조 42) 방장산 아래 고창군 신림면 가평리로 이사했다. 1768년 창효사를 법지리(法止里)에 옮겼다.

고한벽의 증조할아버지 고여흥은 윤선거의 문인으로 학행이 드러났고, 부친 고우용은 윤증의 문하에서 수업하며 고제(高弟)가 되었다. 이와 같은 가업을 이은 고한벽은 이성익과 이양원의 문하에서 수업하며 경학을 익혔는데, 언행이 고매하여 “현명한 조부의 현명한 손자”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출세를 위한 과거 공부에 뜻을 두지 않았고, 오직 효행과 우애를 실천하였으며, 선영 봉사와 가풍 유지에 힘을 썼다.

고한벽은 원래 아버지의 뜻에 따라 과거 공부를 열심히 하였으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3년상을 모신 뒤 세사(世事)를 끊고 집안에서 화초를 가꾸며 어린 자질(子姪)과 후학의 교도에 전념하였다. 그는 언론이 명쾌하여 무슨 일을 당했을 때 경직(敬直)하고 공평하였으며, 비록 친척 사이라도 불미한 점이 보이면 조금도 용납하지 않았으므로 고을 사람들이 모두 그를 두려워하면서 따랐다.

그는 이성익이 자형이지만 스승으로 극진히 모셨고, 이성익이 급제하자 누구보다도 기뻐하였다. 아우 고한덕과 함께 글을 읽고 우애하였고, 흥덕향교의 책임자로 있으면서 지방 풍속을 교화하는 데 힘을 썼다. 그는 평생 동안 ‘근신(勤愼)’ 두 자를 좌우명으로 삼고 살면서 집안이나 향당에 조그마한 무례한 일이 있어도 용납하지 않고 꾸짖어서 바로잡았다고 전한다. 1769년(영조 45) 52세로 사망하였다.

[저술 및 작품]

1752년(영조 28) 성내면 옥제리 옛 집으로 이사하고 「이거옥제음(移居玉堤吟)」 2수를 지었다. 1753년(영조 29) 정월 입춘에 어머니의 원운을 따라 차운시 3수를 지었고, 1754년(영조 30) 9월에 「여우동완백양산차쌍계루포은운(與友同玩白羊山次雙溪樓圃隱韻)」을 지었다. 1764년(영조 40) 어머니의 ‘갑신축(甲申祝)’ 원운을 따라 차운시 2수를 지었고, 이양원의 부음을 받고 공주 도계(道溪)에 가서 문상하면서 「만도곡선생문(挽道谷先生文)」과 「도곡치전후음(道谷致奠後吟)」 시 등을 지었다. 1765년(영조 41) 금구 구성서원(九成書院)의 모임에 참석하고, 「제구성서원(題九成書院)」 시를 지었다. 저서로 『방산유고(方山遺稿)』 2권 1책이 있다.

[묘소]

묘소는 전라북도 고창군 흥덕면의 독산(禿山)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