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6016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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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住生活 |
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
집필자 | 신석하, 양성필 |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 지역 사람들이 예로부터 전통가옥에서 살아오면서 습득한 삶의 양식과 태도.
[개설]
제주도는 대개의 지하수가 해수면이 가까운 해안에서 용출이 된다. 이러한 자연조건은 제주의 마을이 주로 해안에서 발달하게 되는 요인이 된다. 마을은 대개 굴렁진 곳에 자리 잡고, 경작지는 마을 주위를 빙 돌아 배치되었다. 마을길은 마을 중심에서 부챗살 또는 활꼴 모양으로 길을 두고, 다시 긴 올레를 두어 집들을 배치하였다. 일반적으로 제주에서는 올레의 안쪽에 있으면서 지형상 낮은 곳을 좋은 집터로 여겼다.
[제주도 주생활의 특징]
1. 마을의 공동 시설
마을의 공동 시설로는 신앙 의례물인 당, 휴식시설인 폭낭알, 물통과 방애 등이 있다. 폭낭알은 마을 내의 휴게시설의 역할을 하는데, 마을의 중심이나 길이 교차하는 곳에 의도적으로 만들어서 마을 입지의 기초적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방애도 마을 내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중요한 장소가 되는데, 먼올레의 어귀나 중간에 1, 2기씩 설치하였다.
일반적으로 제주 사람은 세대 분가의 형식을 하고, 핵가족의 형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가족을 이루는 육지의 농촌사회와 비교할 때, 결혼하면 분가를 원칙으로 하지만, 여건에 따라서 안거리와 밖거리로 살림을 나누어 생활하는 삶의 양식으로 인한 것이다.
2. 신앙과 주거공간
육지의 가옥에서는 유교사상의 영향에 의해 ‘채’에 의한 남녀의 영역 분할의 성격을 보이는 반면, 제주도에서는 유교의 영향을 받은 정도는 적다고 할 수 있으나, 안거리의 주거공간의 성격 속에서 남녀에 의한 영역의 구분과 공간의 분화를 확인할 수 있다. 내부 공간에서 상방이나 큰구들은 가장의 영역이고 남성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지와 고팡은 여성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물리적 경계에 의한 것이기보다는 관념적이고 관습적인 공간 분리이다.
민가의 공간에서 남녀 공간이 영역적인 분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신앙 구조와 생활 영역, 일상적 관습 등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으며, 유교적 관념 또한 이 가운데 하나의 영향을 준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남자 중심의 유교사상과 여자 중심의 무속신앙이라는 신앙구조 역시 이러한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가옥 내의 신앙을 살펴보면, 제주의 전통 민가에서는 상방의 출입문을 대문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주거공간에 대한 원형적 사고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상방 출입문의 신인 문신(門神)은 집안의 대소사를 관장하는 최고의 신으로, 집안의 모든 제의에서 우위를 차지하여 상방이 집의 중심 공간이 되게 한다. 이러한 신앙의 내용은 ‘문전본풀이’에 신들의 좌정처를 통해서 잘 나타나고 있는데, 집안의 최고신인 문신이 가장이 아닌 막내아들이 차지하는 내용은 신화적으로도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정지는 부인이 차지하고, 측간은 첩이 차지하는 신화적 구조는 가옥 내의 공간을 배치함에서 정지와 측간을 멀리 두어야 한다는 속신의 신앙적 근거이기도 하다. 신화의 내용에 의하면, 정지를 차지한 여산부인은 불의 신이라고 할 수 있으며, 때문에 평소에 불씨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일상의 제사에서 조상제를 지내기 전에 문전제와 조왕제를 올리는 것은 이러한 무속적 신앙과 유교적 신앙이 결합된 제주인의 삶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살림을 관장할 수 있는 권한을 물려주는 것을 ‘고팡물림’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고팡은 가옥 내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며, 반드시 큰구들에 붙여 배치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이러한 저장고의 기능을 가진 고팡을 중시하였던 것은 제주인의 조냥정신을 보여 주는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고팡은 흙바닥인 경우도 적지 않으나, 형편이 되면 마루를 까는 것이 원칙이었다. 이는 고팡에 주로 쌀과 같은 곡물류를 저장하게 되는데, 습기를 방지하는 농경사회의 저장방식과 그 지혜를 같이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서귀포 지역의 주거공간]
1. 특징
서귀포 지역 주거 내 외부공간은 건물을 비롯한 시설물의 배치나 돌담, 낟가리를 쌓기 위해 마당 한 쪽에 축조한 눌굽 등에 의하여 형성된다. 특히 제주 지역의 경우 외형적으로는 대가족이지만 실제로는 핵가족인 특유한 가족제도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마을로 진입하는 대로(大路)인 한질에서 올레를 통해 마당으로 들어오면, 공간을 남녀별로 구분하지 않고 세대별로 구분하는 안·밖거리형 주거공간을 만날 수 있다. 이는 육지부의 경우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남녀의 공간을 구분하여 바깥마당·사랑마당·안마당으로 마당의 성격에 따라 건물의 배치가 달라졌던 것과는 차이가 난다.
결국 서귀포의 주거공간은 마당을 중심으로 하여 안거리·밖거리·목거리 등으로 구성되며, 세대별로 각각 정지와 장독대 등이 마련되어 경제생활의 독립으로 이어졌고 이는 제주인의 자립성을 키우는 데도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안거리와 밖거리, 목거리 등 각 동은 규모나 재료, 공간구성면에서 위계성이 매우 미약하나, 안거리와 밖거리 공간을 비교해 보자면 이들 공간의 직능면에서 확연히 구분된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즉, 안거리와 밖거리에는 각각 상방[내부 중앙부의 마루]·구들[온돌이 설치된 부부방 등]·정지[난방과 취사의 기능을 담당하는 여성의 공간]·고팡[주로 곡물을 저장하는 수장공간]이 자리한다. 그런데 안거리에서만 조상에 제사를 지내는 일[상방], 제사를 준비하는 일[정지], 제사용 재수를 보관하는 일[고팡] 등을 수행하는데, 이는 곧 마을의 영역에서 볼 때 친족의 일, 마을 부조, 마을 공동 재산권 행사 등은 안거리에 사는 사람들만의 권한이자 의무였던 것이다.
서귀포 지역 주거 내 내부공간은 기본적으로 일(一)자형의 겹집으로 칸수에 따라 2칸형·3칸형·4칸형으로 구분되었다. 내부공간의 구성은 내부 중앙부에 위치한 마루방인 상방이 위치했는데, 이는 무속적으로 상징성이 강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상방의 좌우에 위치하는 온돌 구조의 구들이나 큰구들과 항상 이웃하며 위치하며 곡식이나 씨앗 등을 담는 항아리 등의 물품을 보관하는 수납공간이 고팡이 있다.
또한 난방과 취사의 기능이 구분되어 비교적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여성의 공간인 정지, 제주 특유의 공간인 챗방·낭간·굴묵 등의 공간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이 챗방은 식사공간으로서, 주부의 가사노동을 절감함과 동시에 식사공간의 위생적 성격으로 공간분화한 것으로서 제주만의 독자적인 양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내부공간의 기본적인 형태는 상방을 중심으로 좌우에 구들과 정지가 배치되는 3칸형으로 제주 서귀포시 법환동의 강희수씨 댁이 바로 전형적인 3칸 기본형의 구성을 보여 주는 공간이다. 고팡은 흙바닥이며, 정지 칸이 유난히 커서 작은 구들이 여유 있게 구성되어 있는데, 이렇게 정지 칸이 넓은 까닭은 농사와 관련된 작업을 수행하기에 편리한 공간을 얻기 위함이라고 생각된다.
2. 변천
전통적인 민가 형태는 1960년대 초까지도 지어졌기 때문에 서귀포 지역을 비롯한 제주 전역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개발계획과 연이은 새마을운동 및 관광개발 사업의 추진으로 인해 주거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현재는 제주 민가가 가지는 안거리와 밖거리에 의한 평면 구성이 지금에 와서는 1층과 2층으로 수직 분화시킨 형태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또한 1층에는 부모세대가, 2층에는 자식세대가 각각 독립된 형태로 생활하는 경우를 찾아 볼 수 있으며 이들 간의 연결은 내부 계단을 이용하기보다는 대부분 계단에서 각 세대로의 입구 부분에 문을 설치하여 1층과 2층간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는 형태이다.
[의의와 평가]
이처럼 현대의 주거공간은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무너진 가운데 안·밖거리의 전통개념을 재해석하고 형태적인 제약에서 벗어나 새롭게 서귀포 지역의 특수성 또는 지역성을 반영하여 재구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거공간의 변화는 결국 삶의 변화를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에 현대의 주거공간을 실측하고 정확히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의 전통적인 주거공간과의 비교를 통해 과거의 공간을 들여다봄으로써 그 안에서 변화하는 과정과 방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