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9000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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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住生活 |
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
지역 | 전라북도 순창군 |
집필자 | 남해경 |
[정의]
전라북도 순창군에서 가옥을 기반으로 영위해 온 주거 형태와 공간 배치 및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생활.
[개설]
순창군은 전라북도의 남부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쪽에 섬진강이 흐르고 서쪽에 호남정맥이 위치하면서 서쪽이 높고 동쪽이 낮은 동저서고(東低西高)의 지형 형태를 이루고 있다. 표고는 해발 500~600m의 지형이 남동쪽에 형성되면서 거의 전 지역이 500m 이상의 고지대로 이루어져 있다. 기후는 연평균 기온 12~13℃, 연평균 강수량 1,300㎜ 정도로 전라북도의 다른 지역에 비하여 연평균 기온은 낮고 강수량은 비교적 많은 편이다. 주거 문화는 그 지역의 기후, 지형 등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기 때문에, 순창 지역의 전통 주생활 문화도 이러한 자연환경을 반영하여 나름의 독자적인 주거 문화를 형성하였다.
[고대의 주거]
순창에서 사람이 언제부터 살기 시작하였는지에 관한 기록은 정확하지 않다. 단지 지금까지의 발굴 조사나 2001년 8월 호남 문화재 연구원에서 진행한 순창-운암 간 도로 확장 공사 구간에 대한 지표 조사, 순창 나들목-주산리 간 도로 확장 공사의 지표 조사, 2001년 10월~11월 전북 대학교 박물관에서 진행한 순창-정읍 간 도로 확장 공사 구간 지표 조사 등의 결과를 보면 청동기 시대~삼국 시대에 이르는 유물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이 당시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순창 전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고인돌이나 고분을 볼 때 후기 구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순창의 주거 문화는 한반도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구덩식[竪穴式] 주거와 움집[hut] 등을 거쳐 살림집으로 전개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 시대 이후 고대 주거에는 고대 국가의 형태가 나타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삼국사기(三國史記)』 지리지에 의하면 순창은 백제의 영토였으며 당시에 이곳은 도실군(道實郡)과 역평현(礫坪縣)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시의 주거 문화는 집단적으로 마을이나 작은 도시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유적이 없어 확인할 수는 없지만 한반도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영향을 받아 공포(栱包)가 사용되었을 것이며 백제 양식이 반영되었다면 하앙식(下昻式) 구조[바깥에서 처마 무게를 받치는 부재를 하나 더 설치하여 지렛대의 원리로 일반 구조보다 처마를 훨씬 길게 내밀 수 있게 한 구조]나 ㅅ자 대공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근대의 전통 가옥]
순창 지역의 주거 건축은 남부의 고지대에 위치한다는 지역 특성과 내륙 산간 지방의 기후와 풍토 및 생활 방식이 그대로 건축의 형태, 평면, 구조 등에 반영되어 있다. 상류 가옥으로는 순창군 순창읍 가남리의 권필주 가옥, 권일택 가옥, 남계리 신선우 가옥, 구림면 자양리 강종주 가옥, 한일남 가옥, 이씨 가옥, 동계면 구미리 양순욱 가옥이 있으며 중류 가옥으로는 순창읍 남계리 최주상 가옥, 구림면 자양리 김씨 가옥, 금과면 석촌리 설진수 가옥이 있다. 일반 민중들의 삶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서민 주택은 순창군 순창읍 가남리 김삼섭 가옥, 권해석 가옥 등이 있다.
평면 형태는 일반적으로 남부 지방의 살림집 형태인 ㅡ자형 평면을 이루고 있으며 공간 구성은 정지[부엌]와 방, 대청, 방으로 구성하고 안방이나 작은방의 뒤편에 도장[곳간]을 두고 있다. 즉 남부 지방의 ㅡ자형 평면에 방 뒤편에 도장을 두거나 방을 두어 반겹집의 형태를 보여 주고 있다. 이는 순창이 남부 지방에 위치하면서도 500m 이상의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기후 등 자연환경을 반영하여 이러한 유형의 살림집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안방이나 작은방의 뒤편에 도장을 두어 전라북도에 위치하면서도 산간 지방인 순창 지역의 특성을 보여 주고 있는데 산간 지방이기 때문에 곡식이 귀하여 이를 중히 여긴 주거 형태로 보인다. 4칸 이상의 집에서 대청을 두어 남부 지방의 주거 형태를 보여주면서 상류 가옥의 평면 구조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민가는 근대에 이르러 순창군 순창읍 순화리 문옥례 가옥의 경우처럼 근대 양식과 전통 양식이 절충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주거의 형태에 있어서 순창군 순창읍 가남리 김삼섭 가옥은 가장 원초적인 형태[prototype]를 보여 주고 있는데 방 1칸과 부엌 1칸으로 구성된 집이다. 이 집의 구조는 움집의 형태로 지붕을 구성하고 그 아래에 방과 부엌을 각각 한 칸으로 구성하고 있다.
[현대의 주거 문화]
순창의 현대 주거 형태는 우리나라의 다른 소도시와 마찬가지로 이농 현상과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의 정체로 인하여 이렇다 할 주거 문화를 형성하고 있지 못한 채 평범한 건축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일부에서는 전통 건축 문화를 유지하면서 현대 건축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 주고 있다.
순창의 현대 주거 형태에 영향을 미친 것은 1970년대에 시작된 새마을 운동이다. 새마을 운동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주거 건축에도 영향을 미쳐 지붕 개량 사업의 일환으로 지붕을 슬레이트나 함석, 기와 등으로 개량하고 기존의 토석 담장을 시멘트 벽돌과 블록 담장으로 개량하였다. 이는 당시의 주거 환경은 개선되었을지 모르나 농촌 주거의 어메니티(amenity)와 정체성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1980년대를 전후하여 우리나라 건축계에 유행하기 시작한 전통 건축의 현대화, 포스트모던(post-modern)의 경향은 순창에도 영향을 미쳤다. 즉, 현대 건축에 전통 건축 문화의 재현과 수용이라는 내용을 반영하였던 것이다. 대표적인 건축물로 1997년에 조성한 순창 전통 고추장 민속 마을을 들 수 있다.
순창 전통 고추장 민속 마을은 지역 특산물인 고추장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한편 관련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마을을 조성하면서 건축되었다. 순창군 곳곳에 흩어져 있던 고추장 제조 장인들을 아미산 자락에 있는 순창군 순창읍 백산리 265번지 일대에 모아 전통 고추장 민속 마을을 조성했던 것이다. 면적은 8만 4403㎡이며 40여 동의 한옥이 건축되었다. 이들 한옥은 당시 건축계의 영향을 받아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건축이나 목구조를 이용하여 전통 한옥의 형태로 주상 복합 건축과 주거 건축 단지를 조성하였다.
이후 순창의 현대 주거는 이렇다 할 특징 없이 우리나라의 작은 소도시로서 현대 주거 문화를 형성하여 오고 있다. 근래에는 아파트를 주종으로 하는 공동 주택 문화가 형성되고 있고 칼라 강판 기와나 아스팔트 싱글 등의 새로운 재료를 활용하여 새로운 주거 문화에 맞는 도시형 주택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한편, 농촌 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전원 마을 사업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수려한 경관과 빼어난 자연환경을 이용하여 조성된 금과 전원 마을의 예가 그것이다. 이는 도시에 살던 사람들을 순창에 유치하고 순창 사람들의 정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농촌 마을 사업의 하나이다.
현대에 들어와서 전통 건축의 재현이나 지역의 특산품, 자연환경을 활용한 주생활 문화가 형성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지방 소도시와 마찬가지로 이농 현상에 따른 인구 감소로 인하여 활발한 주거 문화를 형성하고 있지 못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