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의 역사 기록이 존재하지 않은 시대.

[개설]

제주도 고고학적 유물과 유적의 분석을 통한 상고[선사·원사·고대] 문화의 흐름은 한반도와는 조금 다르다. 제주도의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는 한반도의 일반적인 틀을 따르는 게 합당하고 청동기와 초기 철기 전반부는 그 전개 과정이 후행하거나 유물군이 혼합되어 있어서 민무늬 토기시대라고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 초기 철기 후반부에서 원삼국·삼국·통일 신라 시대는 문헌적 측면을 고려하여 탐라 시대(耽羅時代)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것이다. 결국 제주도의 상고 시대 구분은 구석기 시대-신석기 시대-민무늬 토기 시대-탐라 시대라는 틀 속에서 정리할 수 있겠다.

제주의 구석기 시대는 하나의 섬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와 연륙된 대륙으로서의 편년에 준하여 홍적세가 끝나는 12,000 B.P.까지로 설정할 수 있다. 제주의 신석기 시대는 편년(編年)의 근간이 되는 유물로 보아, 한반도의 남부 지방 신석기 토기 흐름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그 축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전형적인 빗살무늬 토기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과 1만년 전을 중심 연대로 하는 고산리식 토기 단계가 한반도에 없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민무늬 토기 시대에는 역삼동식 방형 주거지와 구멍무늬 토기[흔암리식 토기 및 성모리식 토기]가 주류를 이룬다.

탐라 형성기는 위계화된 탐라 소국이 형성되기 이전의 시기로, 한반도의 초기 철기 시대의 뒤를 이은 원삼국시대 전반에 해당되며, 이 시기는 지역색이 강하여 한반도 내에서도 토착적인 지방색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다음 시기인 탐라 전기는 주호(州胡)라는 명칭으로 등장하며 위계화된 사회구조와 대규모 취락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탐라 후기는 대체로 6세기부터이며 제주가 통칭하여 탐라라 불리고, 탐라국주(耽羅國主)가 등장한다. 이 시기는 교역 중심의 국가 체제가 형성된 것으로 보이며 우리 나라와 중국·일본의 문헌에 탐라가 표면적으로 부각된다.

[제주 상고 문화의 흐름]

1. 구석기 시대[ 舊石器時代, 기원전 25,000~기원전 10,000]

제주도 구석기 문화 연구는 30년 전 조사된 애월읍 ‘빌레못 동굴’[1973]과 서귀포 천지연 ‘생수궤 동굴’[1977, 2010]에서 채집된 유물 자료에 한정되어 있다. 특히 구석기 시대 중기 단계의 긁개류와 대륙성 동물인 황곰뼈가 출토된 ‘빌레못 동굴 유적’은 석기의 부정형성(不定形性), 층위의 불명확성, 동물뼈 분류[학명]의 이견(異見) 등 문제점이 제기된 상황이다. 1977년 천지연 ‘생수궤 동굴 유적’에서 구석기 후기의 파편 상태의 유물 3점만이 수습되었다.

한편 제주 지질 형성사를 살펴보면, 50만년 전에서 30만년 전까지 제주도 화산이 최성기였다고 한다. 중기 구석기에서 후기로 이어지는 시기인 10만년에서 2만 5천년에 기생 화산군(寄生火山群)이 활동하여 마지막 단계의 제주섬[島]이 만들어진다.

그러한 구석기 시대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30만년 전 이전의 전기 구석기 유물이 존재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또한 10만년 이후에도 계속되는 지질·지형 변화로 인해 제주도의 대지는 당시 수렵인들에게는 다른 곳보다 불리한 생존 조건을 구비했다고 볼 수 있으며, 중기 구석기 유적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극히 짧은 기간에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정된 지반을 형성한 25,000년 전 이후에는 사람이 살기에 적당했을 것이다. 그 예로 전환기에 속하는 고산리 유적은 플라이스토세에서 홀로세로 변하는 자연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어, 후기 구석기 시대 인류의 제주도 점거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고 보아도 무리 없을 것이다.

이러한 25,000년 이후의 제주도 구석기 유적에 대한 발굴 성과는 최근 발굴 조사된 서귀포시 천지연 생수궤 바위 그늘 유적[국립제주박물관, 2010. 8. 20~2010. 11. 17]이 그 예이다. 이 유적에서는 돌날몸돌[石核]·돌날[石刃]·좀돌날몸돌[細石核]·좀돌날[細石刃]과 잔손질 석기류[긁개·밀개·홈날·톱니날] 등이 출토되었다. 이 유적은 지표 상층에만 문화층이 존재하고, 전형적인 양면 눌러떼기 수법의 성형 석기는 거의 없으며, 천장과 생활 바닥 면 사이의 주거 공간이 협소한 점은 다음 시기의 신석기 시대 바위 그늘 집자리와 비교해 볼 때 생활 여건이 너무 열악하다. 게다가 석기들과 함께 압날삼각점렬문토기(押捺三角點列文土器) 편이 확인되었는데, 따라서 정식 보고서에는 문화층의 절대 연대와 석기의 정형성, 층위 해석의 문제 등을 명확히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2. 신석기 시대[ 新石器時代, 기원전 9,000~기원전 1,000]

제주 신석기 고고학 연구는 고산리 유적의 발견을 시점으로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신석기 초기[11,000~8,000 B.P.] 고산리 문화는 아직 한반도에서의 부재로 비교 연구가 없는 실정이다. 다만 시베리아 아무르강 중·하류 오시포프카 문화의 유물 조합상 및 일본의 죠몽초장기의 유물 조합상을 비교하여 보면 고산리식 토기의 사용 시기는 아무르강 유역의 오시포프카 문화 3단계에 해당하는 11,000~10,000 B.P.로 설정할 수 있다. 고산리 초기 신석기 문화는 고산리 2, 3기에 이르러 제주도 전역에 확산 양상을 보인다. 대표적인 유적으로 강정동 1기. 삼양동 삼화 지구, 병문천 저류지 1기, 김녕리 1기, 예래동 유적 등이 있다.

그 다음 시기로 이어지는 조기[8,000~6,500 B.P.]의 융기문토기 단계는 고산리식 토기와의 공반 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고산리 문화의 종말기와 맞물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삼양동에서 융기문토기와 함께 양면 박리의 첨두기와 석편이 출토되고 있어 융기문토기의 상한 연대가 소급될 가능성과 고산리식 토기의 하한 연대가 내려올 가능성도 지적된다.

전기[6,500~5,500 B.P.]의 자돌·압인문 토기 단계는 온평리 유적과 고산리 동굴 유적 출토의 압인 횡주 어골문 호형 토기, 삼양 유원지 출토 구순각목과 횡주 어골문 호형 토기, 성읍리 농촌용수 개발 지구 내 유적에서 출토된 자돌문 원저 발형 토기 등이 있다. 이 단계는 크게 자돌문계 토기 중심의 영선동식 토기 단계[1기] 횡주 어골문 토기가 중심이 되며 간헐적으로 구순각목 토기가 확인되는 단계[2기], 횡주 어골문이 퇴화하여 수직문이나 복합문으로 변화하는 단계[3기]로 세부 변화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중기[5,500~4,700 B.P.]의 전형적인 태선침선문토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점에 대해 화산섬이 만들어 낸 수렵과 채집 및 어로 행위에 적합한 풍부한 생계 조건이 이미 주어진 최상의 환경 조건에서 애써 농경을 택할 이유가 없으며, 농경과 연관된 전형적인 태선침선문토기는 사용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들었다. 그러나 이 시기가 공백기라고 단언하는 것은 아니다. 섬이 갖는 문화의 전통성·잔존성·독특성으로 인해 전기 영선동식 토기 단계의 지속 가능성과 후기 봉계리식 토기의 상한 소급이나 선행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지 못한다.

후기[4,700~4,000 B.P.]의 봉계리식 토기 단계는 성읍리 야외 생활 유적과 북촌리 암음 유적을 표식 유적으로 제시했다. 성읍리 유적에서 출토되는 다양한 압날 기법의 단순·복합 문양은 전형적인 봉계리식 토기 전통을 갖고 있으며 남부 지방 후기 토기군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러한 온평리 유적 압날문토기는 압날점렬문과 퇴화침선문토기를 표식으로 하는 북촌리식 토기 단계로 발전하게 된다. 북촌리식 토기는 특정 문양의 선호와 조흔 수법, 거치상의 침선 수법 등은 봉계리식 토기의 전통 위에 삼각형의 문양과 같은 독자적인 문양 형태를 발전시킨 재지적(在地的)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 토기이다.

다음 시기인 만기[4,000~3,000 B.P.]의 이중 구연 토기 단계는 북촌리 바위 그늘 유적 최하층[Ⅴ층]을 표식으로 하며 Ⅴ층에서 채집한 전복패 시료의 C14 연대가 2,920±25 B.P.로 검출되어 하한 연대로 추정해 볼 수도 있다. 이 토기가 출토되는 유적들은 해안 사구층 하단, 또는 해안 인근 평탄 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이 시기에 와서 본격적인 패총이 만들어지며 해안 저지대를 중심으로 한 인구 확산과 안정된 생계 패턴이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덧붙여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는 없지만, 하모리유적 2기 단계에 와서 이중구연토기와 함께 직립 구연의 민무늬 발형 토기가 일부 공반 출토되고 있어 청동기 시대 민무늬 토기로 이어지는 자체 토기의 발전도 예시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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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민무늬 토기 시대[靑銅器時代, 기원전 800~기원전 200]

이청규 교수는 청동기 시대 유적인 상모리 유적[1988], 제주 삼화 지구 내 유적[2007, 2008], 제주 세무서 부지 유적, 김녕리패총[2001], 동명리 유적[2004, 2008] 등의 발굴 성과를 토대로 제주도 청동기 시대를 3기로 구분한 바 있다.

먼저 1기는 유입 시기로 기원전 8~7세기경으로 추정하였다, 2기는 7~5세기경으로 제주도식 발전 단계로, 3기는 기원전 4~3세기경으로 소멸 단계로 보았다. 이는 기존에 상모리 토기 문화의 1단계를 기원전 6세기로 잡았던 연대관을 다소 상향 조정한 것이다. 또 상모리 문화 1기는 진주 남강 유역의 대평리 유적에서 위석식 노지가 설치된 장방형 주거지에서 출토되는 늦은 단계의 유물 조합상과의 유사성을 제시하고 있다.

아직 전형적인 돌대문 토기를 내는 조기 단계의 유적은 확인된 바 없다. 하여튼 상모리 문화 2기는 자체적인 발전 단계를 걸쳐 상모리 문화 3기[소멸 단계]에 이르게 된다. 상모리 문화 3기는 서귀포시 강정동 유적, 제주시 용담동 유적, 조천읍 북촌리유적, 한림읍 동명리와 애월읍 곽지패총, 제주시 월성로 유적에서 확인된다. 이는 토기 자체의 소멸 단계이지만 제주도 내의 주거 영역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한편, 이 시기의 종말기는 송국리 문화의 유입기와 맞물린다. 최근 김경주는 송국리 문화의 유입 시기를 기원전 4~3세기경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사회적 배경은 문화적 접변 및 복합적 양상이 두드러지며, 집단 양자 간의 이해관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시기는 제주도 초기 농경을 기반으로 바다 산물의 채취에 의존하는 생계 경제를 유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크게 보면, 이 시기는 노력 동원이 수반되는 고인돌 축조가 어려웠던 미수장체제(未守長體制)의 소규모 취락사회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를 근간으로 강장화는 최근 제주도의 청동기 시대 유적의 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역삼동식 토기, 흔암리식 토기, 송국리식 토기로 이어지는 시대 구분과 문화 변천을 〈표 2〉와 같이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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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탐라 시대[耽羅時代, 기원전 200~기원후 1105]

1) 탐라 초기[耽羅形成期, 耽羅初期, 기원전 200-기원후 200]

이 시기는 대단위 마을 유적으로 확인되는데, 대표적인 유적은 제주 삼양동 유적[1996·1997·2008]이다. 2000년 대단위 개발로 인해 화순리 유적[2005·2006·2011], 예래동 유적[2008~2010], 외도동 유적[2001·2002·2010], 용담동 유적[2001~2011], 곽지리 유적[2008·2010·2011], 명월리 유적[2010] 등이 확인되었고, 일부 유적은 아직도 발굴 중이다.

이들 유적의 발굴 결과를 토대로 탐라 초기의 문화상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이 시기는 주거 양상에서 상모리 문화 3기의 장방형 또는 방형계 주거 형태와는 다른 원형계의 송국리형 주거지가 출현하며, 상모리·김녕리·용담동 등의 소규모 취락 단계에서 이 시기가 되면 삼양동과 용담동 등에 비교적 규모가 큰 취락이 형성되는 단계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 대해서 김경주는 2003년까지의 제주도 고고학적 유적과 유물의 분석을 통해 탐라 형성기[기원전 300~기원후 300]의 시기 구분과 문화 변천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바 있다. 김경주에 의하면 1) 이 시기의 토기 조합상은 상모리 3단계 공렬계 토기·각목계 토기 등 민무늬 토기와 차이를 보이고, 후행하는 곽지리식 토기와도 다른 양상을 보이는 시기로, 직립구연 토기·점토대 토기·삼양동식 토기 등이 중심 토기가 된다. 2) 묘제는 고인돌[[支石墓]]이 집중적으로 축조된다. 사회 구조에서도 옥환·동검·동촉 등 권위를 상징하는 위신재와 각종 장신구류 등 계층 구조의 불평등화를 시사하는 유물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3) 이 시기 초기에 유구석부 등의 석기사용도 꾸준히 증가하며 새로이 소형 도자 등 소량의 철기도 등장하게 된다고 하였다.

특히 이 시기는 삼양동유적 출토 옥환[1996], 산지항 출토 청동 제품 및 화폐 유물 일괄[1928], 종달리 출토 거울과 화폐, 그리고 세형동검 등으로 미루어 탐라 형성기의 물자 교류는 다른 지역에 비해 두드러져 중국-한국-일본을 잇는 동북아 교역 네트위크 속에 편입되어 당시 국제화되는 단계로 적응·변화해 나갔음을 알 수 있다.

2) 탐라 전기[耽羅前期, 200~500]

이 시기에 대해서 김경주의 글에 따르면 1) 제주 전역이 곽지리식 토기 문화권으로 단일화되며 종달리와 곽지리 등에 대규모 패총이 등장하게 된다. 2) 새로운 유력자의 개인 묘(墓)인 적석 목곽묘(積石木槨墓)가 출현하며 철기 집중화 현상이 나타난다. 3) 용담동 철기 부장 적석 목곽묘의 유물 세트는 탐라 성립기[탐라 초기, 탐라 형성기]에 진행된 계층 구조의 불평등화가 심화되는 최고조의 과정에서 등장한 지배 계층의 출현을 의미한다. 4) 이 시기에 유적 수가 급증하는데 이는 인구수의 급격한 증가로 연결되며 소규모 취락이 증가하게 되고 확대되는 일련의 사회 변동 과정에서 중심 취락의 기능과 역할이 증대되고 있음을 알게 한다. 5) 고인돌의 경우 전 시기에 비해 축조 형태의 우월성을 보이는 축조 기술상의 발전이 진행된다. 1~3형식[지하형, 소규모] 고인돌보다 더욱 발전된 형식인 5-6형식[지상형, 대규모]의 고인돌이 집중적으로 축조되는데, 이는 노동력의 집약화가 강화되고 지배층의 위상이 격상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요약하였다.

이 시기에 와서 외부와의 교역도 비교적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곽지 패총 5지구 발굴 핏트 내부에서 곽지리식 토기인 적갈색 호형 토기뿐만 아니라 원뿔 모양의 토기와 소형 잔, 컵형 토기, 사발 모양의 발형 토기, 일부 육지에서 수입된 대형 타날문호, 해남 군곡리산 찰문 토기가 함께 거의 모든 토기가 완형으로 출토되었다. 또한 그릇 이외에 흙구슬·곡옥·도자병·전복 반달칼 등이 함께 출토되었다. 이러한 유물은 기원 2~3세기경 곽지 주민의 세트화된 물품인 점에서 중요하다. 이 시기는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에서 보이는 시기와 맞물린다.

이 시기의 마을 유적은 최근 곽지리 8지구[곽지리 농산물 집하장 및 저온 저장 시설 신축 부지 내] 유적에서 확인된다. 곽지 8지구 마을유적은 곽지리 고대 취락 구역과 패총 구역의 공간 분할 가능성의 상정과 함께 제주 북부 지역의 삼양동·용담동·외도동 유적 등의 취락 유적과의 관계 및 발전 과정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판단된다.

3) 탐라 후기[耽羅國時代, 耽羅後期, 500~1105]

이 시기는 각종 문헌 기록에 ‘탐라(耽羅)’라는 명칭으로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시기이다. 이 시기는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삼국시대 후기와 통일신라시대에 대응된다. 고구려·백제·신라·가야가 고대 왕권국가로서의 체제를 갖추는 시기이다. 이 시기 『삼국사기』·『수서』·『일본서기』·『신당서』·『구당서』·『당회요』 등의 내용을 참조해 보면, 탐라는 5-7세기에는 백제, 7세기 중엽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후에는 신라와 관계를 성립하고 일본과 당에 사신을 파견하는 문헌 자료가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탐라 후기 탐라국을 위상을 알리는 대표적인 유적은 단연 용담동 제사 유적[제주대 박물관, 1992]이다. 용담동 제사 유적에서 출토된 그릇은 모두 통일 신라 시대에 제작된 회색도기로, 문양은 시문 수법에 따라 그은무늬·찍은무늬·두드림무늬·돌대무늬로 나누어진다. 대체로 용담동 제사 유적 출토 회색 도기군은 전라남도 영암 구림리 도요지에서 출토되는 9세기대 광경병·세경병·목긴병 등과 기종이 너무도 유사하다.

특히 이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분석해 보면, 탐라도 국가로서의 적극적인 교역을 추진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시사하는 대표적인 유물이 금동제 허리띠 장식이다. 이와 같은 금동제 허리띠 장식은 단언하기 어려우나, 지금까지 경주 지역이나 다른 신라 지역에서 확인된 바 없어 중국 당나라와의 직교를 통해 들여온 물품일 가능성도 있다.

이외에도 용담동 제사 유적에서는 중국 당나라와의 교류를 입증하는 또 하나의 유물이 있는데, 8세기경에 중국 저장성[浙江省] 월주요(越州窯)에서 생산된 중국제 청자인 대접과 주전자가 바로 그것이다. 결국 이러한 유물들은 탐라국이 주변 지역과의 자체적 대응이자 독자적 노선을 가진 교역 중심의 국가 체제를 유지해 나아가는 상황 속에서 수입된 교류의 물품인 셈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유적으로 고내리 생산 유적[1994, 1995]이 있다. 이 유적은 야외 노천 가마 60여기가 확인된 토기 생산 유적인데, 여기서 생산된 토기는 자체 생산된 적갈색 심발형의 고내리식 토기이다. 이 유적은 우리나라에서 통일 신라 시대까지 이어진 마지막 야외가마 유적으로 산화염에서 구워 낸 적갈색 토기 생산 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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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근 이 시기의 유적으로 괄목할 만한 고고학적 성과를 낸 유적이 있다. 바로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정된 구좌읍 용천 동굴 유적이다. 용천 동굴 유적 조사[2009·2010]를 통해서 동굴 바닥과 수중에서 통일 신라 시대 8~9세기대의 인화문이 시문된 대부 장경병(臺附長頸甁)·광견병(廣肩甁)·장군·광견호 등의 도기류와 철기류 등이 다량 확인되었다. 이들 토기류는 모두 경주 왕경, 혹은 전라도 남해안 가마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게다가 이들 용기는 당시 매우 고급의 그릇에 해당되며, 그릇 용도는 제기(祭器)일 가능성이 높다.

탐라 말기[936~1105]는 신창리 해저 유적[1982·1992]에서 수습된 남송대[1129~1279]인 12세기 말에서 13세기 초반에 용천요계의 금촌요(金村窯) 중국 청자, 고내리 유적에서 출토된 중국산 초환문과 연판문 청자 대접, 수정사지 출토 북송대 화폐류가 확인된다. 이처럼 제주도는 탐라국 시대 후기까지도 중국-한국-일본을 잇는 중간 기착지 혹은 경유지로서 중국 상선이 지나가는 길목이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 시기 유물의 분포권은 14세기 문헌에 등장하는 대촌현(大村縣)을 비롯한 제주 17현촌(縣村)과 연결된다.

이 시기 연구는 문헌 자료에 비해 고고학적 자료가 매우 부족하다. 장차 탐라국주의 무덤, 탐라 왕궁이 발견되고 구체적인 발굴 조사가 이루어질 경우 이러한 문제점은 쉽게 해결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