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9018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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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歸來亭-姜希孟- |
이칭/별칭 | 「신참의말주귀래정수미음(申參議末舟歸來亭首尾吟)」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전라북도 순창군 순창읍 가남리 |
시대 | 조선/조선 전기 |
집필자 | 손앵화 |
저자 생년 시기/일시 | 1424년 - 강희맹 출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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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몰년 시기/일시 | 1493년 - 강희맹 사망 |
배경 지역 | 귀래정 - 전라북도 순창군 순창읍 가남리 |
성격 | 한시 |
작가 | 강희맹(姜希孟)[1424~1493] |
[정의]
조선 전기의 문신 강희맹이 순창에 있는 귀래정을 읊은 한시.
[개설]
「귀래정(歸來亭)」[강희맹]은 조선 전기의 문신 강희맹(姜希孟)[1424~1493]이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의 문체를 빌려 신말주(申末舟)[1439~1503]가 전라북도 순창에 세운 귀래정에 관하여 읊은 오언 율시이다. 귀래정은 신말주가 말년에 순창으로 낙향하여 1495년(연산군 1)에 지은 정자이다. 현재 있는 귀래정 건물은 1974년에 재건한 것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이다. 고령 신씨(高靈申氏) 종중이 소유하고 있으며, 서거정(徐居正)이 지은 「귀래정기(歸來亭記)」를 비롯해 강희맹, 김인후(金麟厚) 등의 시문이 적힌 편액이 걸려 있다. 최근 귀래정 측면에 강희맹의 한시 「귀래정」과 김인후의 한시 「영귀래정(詠歸來亭)」의 원문 및 한글 번역본을 판각한 비석과 서거정의 「귀래정기」 한문 원문과 번역본을 새긴 비석이 세워졌다.
[구성]
강희맹의 호는 사숙재(私淑齋)·운송 거사(雲松居士)·국오(菊塢)·만송강(萬松岡) 등으로 많은데, 이 편액에는 ‘松雲(송운)’으로 쓰여 있다. 『사숙재집(私淑齋集)』 권2에 「신참의말주 귀래정 수미음(申參議末舟歸來亭首尾吟)」이라는 제목으로 10수가 실려 있으며, 『동문선(東文選)』 오언 율시 편에도 수록되어 있다. 귀래정 편액에는 총 10수 중 제1수, 제4수, 제6수, 제8수가 빠져 있다.
[내용]
歸去來何事(귀거래하사)[벼슬을 버리고 돌아온 것은 무슨 일인가]
田園三徑荒(전원삼경황)[전원의 세 갈래 길이 묵어서이네]
春還問松菊(춘환문송국)[봄이 돌아오면 소나무와 국화를 보고]
客至引壺觴(객지인호상)[나그네를 술병으로 이끌어 잔을 기울이네]
泉脈涓涓動(천맥연연동)[샘 줄기에서 솟은 물 졸졸 흐르며 움직이고]
花枝細細香(화지세세향)[꽃은 가지에서 향기를 내뿜네]
委心聊自樂(위심료자악)[마음껏 애로라지 스스로 즐거워하니]
不必慕軒裳(불필모헌상)[높은 벼슬자리를 탐할 필요가 없네]
歸去來何事(귀거래하사)[벼슬을 버리고 돌아온 것은 무슨 일인가]
幽居長夏淸(유거장하청)[긴 여름을 깨끗이 숨어 살고자 함이네]
菜籬深見蝶(채리심견접)[대숲 깊은 곳에서는 사슴을 보며]
村塢遠聞鶯(촌오원문앵)[마을 둑에서도 멀리 꾀꼬리 소리 들리네]
巢燕雙雙急(소연쌍쌍급)[제비는 쌍쌍이 집을 짓는데 급히 하고]
江鷗箇箇輕(강구개개경)[강가의 물새는 하나하나가 바쁘게 노니네]
委心聊自樂(위심료자악)[마음껏 애로라지 스스로 즐거워하니]
何用絆虛名(하용반허명)[어찌 헛된 이름에 구속됨이 있으리]
歸去來何事(귀거래하사)[벼슬을 버리고 돌아온 것은 무슨 일인가]
郊原秋氣高(교원추기고)[들판에는 가을 기운 높아서이네]
冥鴻遵海渚(명홍준해저)[높이 나는 기러기는 바닷가를 따라가고]
獨鶴在林皐(독학재림고)[학은 홀로 숲 언덕에 있네]
鼎滑烹蓴菜(정활팽순채)[반질반질한 솥에는 순채를 삶고]
盤香斫蟹螯(반향작해오)[소반에는 잘라 놓은 게와 가재가 향기롭구나]
委心聊自樂(위심료자악)[마음껏 애로라지 스스로 즐거워하니]
逸興更陶陶(일흥경도도)[속세를 벗어난 흥취 또다시 도도하네]
歸去來何事(귀거래하사)[벼슬을 버리고 돌아온 것은 무슨 일인가]
玄冬氣始凝(현동기시응)[겨울이 되면 기운이 비로소 굳어지기 때문이네]
兔寒藏土窟(토한장토굴)[토끼는 토굴에서 숨어 추위를 막고]
魚下負河氷(어하부하빙)[물고기는 강에서 얼음을 짊어지네]
榾柮偸春盎(골돌투춘앙)[나무의 등걸은 봄이 왕성하기를 엿보고 있으며]
松明當夜燈(송명당야등)[잔솔불은 등잔불을 대신하네]
委心聊自樂(위심료자악)[마음껏 애로라지 스스로 즐거워하니]
我稼已登場(아가이등장)[나는 이미 농사짓기를 시작했네]
歸去來何事(귀거래하사)[벼슬을 버리고 돌아온 것은 무슨 일인가]
膏肓泉石奇(고황천석기)[너무나도 들과 샘이 기이하기 때문이네]
江奔平野遠(강분평야원)[강물은 달리고 들은 멀리 퍼졌으며]
山擁小亭危(산옹소정위)[산은 작은 정자를 안고 높았네]
得竹庭偏靜(득죽정편정)[대숲이 있으니 뜰이 유달리 고요하고]
憐花席更移(연화석경이)[꽃을 사랑하여 자리를 다시 옮기네]
委心聊自樂(위심료자악)[마음껏 애로라지 스스로 즐거워하니]
豈與世相違(기여세상위)[어찌 세상과 서로 어긋나리]
歸去來何事(귀거래하사)[벼슬을 버리고 돌아온 것은 무슨 일인가]
鄕關得勝遊(향관득승유)[고향에서 경치 좋은 곳을 얻어 놀기 위함이네]
山靑兼白水(산청겸백수)[산은 푸르고 아울러 물은 희며]
春暖又淸秋(춘난우청추)[봄은 따스하고 또한 가을은 맑네]
已斷平生趣(이단평생취)[이미 평생의 계책을 끊었는데]
何曾萬戶侯(하증만호후)[어찌 높은 벼슬을 꿈꾸었으리오]
委心聊自樂(위심료자악)[마음껏 애로라지 스스로 즐거워하니]
得意便休休(득의편휴휴)[뜻한 바를 이루어 다시 마음이 평안해지는구나]
[특징]
강희맹의 「귀래정」 10수는 수연(首聯)의 ‘귀거래하사(歸去來何事)’와 미연(尾聯)의 ‘위심료자악(委心聊自樂)’을 반복하면서 수미 상관 기법을 취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수미 상관법은 시가(詩歌)에서 첫 연이나 행을 끝에서 반복하는 문학적 구성법으로, 시의 구조를 안정되게 하며 반복을 통해 운율을 형성하고 의미를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수미 상관법은 동일 한자 사용을 꺼리는 한시 작법에서는 매우 드문 사례이다.
[의의와 평가]
「귀래정」은 세종·성종(成宗) 때에 뛰어난 문장가이자 공정한 정치가로서 이름을 떨친 강희맹이 지은 연작 한시이다. 대표적인 전원 시인인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차용해 절친한 벗이었던 신말주의 낙향에 담긴 고상한 뜻을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하였다. 신말주는 조카인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를 찬탈한 세조를 섬길 수 없다 하여 고향인 순창으로 내려가 귀래정을 짓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자 했던 인물이다. 「귀래정」을 통해 세조의 신하로 부귀를 누리고 있는 자신에 대한 도덕적 부끄러움, 관록과 명예를 티끌처럼 여기고 자연을 벗 삼아 여유로운 삶을 사는 신말주를 향한 부러움 등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