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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601549
한자 百花酒
영어의미역 Flowers Drink
이칭/별칭 백초화춘
분야 생활·민속/생활
유형 음식물/음식물
지역 전라북도 김제시 성덕면 대석리 391-2[성동길 31-23]지도보기
집필자 김영자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성격 민속주|전통주
재료 약초|꽃|누룩|찹쌀|청정수
계절 가을

[정의]

전라북도 김제시 성덕면 학성강당(學聖講堂)에서 사계절 꽃으로 담그는 전통주.

[개설]

백화주(百花酒)는 밑술에 두 차례의 겹술[덧술]을 한 뒤 세 번째 겹술로 백 가지 꽃을 담아 최소한 40일에 걸쳐 만든다. 꽃은 이른 봄 매화에서부터 늦가을 감국까지 김제 들판에서 자라는 풀꽃과 꽃나무에서 채취하여 말린 것이다. 술 빛은 짙은 갈색인데 탁하진 않다.

도수는 14도쯤으로, 백화주는 도수에 비해 진하고 쓰다. 알코올기가 느껴지는 탕약 같기도 하다. 술을 마시고 나면 입에서 은은한 향기가 돈다. 백화주는 오직 학성강당에서만 맛볼 수 있는 세계에서 하나뿐인 술이다. 판매도 되지 않을 뿐더러 자주 빚지도 않는다. 순전히 제사용과 접빈용으로 쓰일 뿐이다. 1년에 쌀 한 가마 분량만 술을 빚기 때문이다. 그 양은 60병 정도에 그친다.

백화주의 시작은 비닐봉지에 일일이 담긴 백 가지 마른 꽃잎들이 백초(百草)와 함께 세 번 발효를 마친 술에 한 줌씩 들어가면서부터다. 백초를 구하는 것도 어렵지만 백화(百花)를 구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약초는 돈을 주고 구입할 수 있지만 꽃은 계절에 따라 활짝 핀 적기에 품을 팔아서 따야 하기 때문이다. 꽃은 말리면 아주 작아지므로 많이 채취해야 한다.

자생지를 찾아 산과 들을 쏘다녀야 하고 한두 송이 꺾어서는 안 되며 가장 보기 좋을 때 따야 하니 이만저만한 고생이 아니다. 1년 내내 약초와 꽃을 모으고 공정까지 합쳐 4차 겹술을 하는 술은 백화주 외에 존재하지 않는다. 백화주는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는 송화대력주(松花大力酒), 불로주(不老酒)와 함께 천하 3대 명주 중 첫 번째로 꼽힌다.

[연원 및 변천]

학성강당은 조선 성리학의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오고 있는 개인 서당이다. 이곳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학문을 닦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주심포 팔작지붕의 한옥이 미려하게 펼쳐진다. 훈장은 상투 틀고 치포관(緇布冠)을 쓴 채 모시 한복을 입고 아이들을 가르친다.

방학 때면 100여 명의 아이들이 서당을 찾으며, 20명 정도 상주하며 사서를 배운다. 학비는 없다. 훈장은 화석 김수연[84세]이다. 기호학파의 맥을 잇고 있는 그는 조선 성리학의 뿌리를 지켜내고 있다. 유학을 전파하는 일은 김수연이 하고 서당살림은 막내아들 김종회[46세]가 맡는다. 40대 도인 김종회는 백화주를 담글 줄 아는 유일한 사람이다.

학성강당에서 250년 전부터 가양주(家釀酒)로 전수된 술은 크게 세 종류다. 백 가지 꽃을 넣는 백화주와 백 가지 약초를 재료로 한 백초주(百草酒), 백화주와 백초주를 섞은 백초화주(百草花酒)가 그것이다. 그중에 백화주는 백미라 할 수 있다. 백화주는 백 가지 꽃이 들어가는 술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임원십육지(林園十六誌)』에 등장하고, 빙허각 이씨가 1810년경에 쓴 『규합총서(閨閤叢書)』에도 백화주 빚는 법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백화주의 기원은 김종회의 13대 조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는 기묘사화와 함께 중앙정계를 떠난 조광조(趙光祖)의 제자 김호의(金好衣)였다. 그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학문을 끊지 말 것이며, 높은 벼슬에 오르지 말 것이며, 큰 부자가 되지 말 것이며, 문집을 만들지 말 것이며, 매년 섣달에 백화주·백초주 중 한 가지를 빚어 제사와 손님 받들기를 소홀히 하지 말라.’는 유훈을 『가승보』와 『경주김씨세보』에 남겨 놓았다.

청빈하고 단아한 선비의 기품을 지키라는 것으로 해석되는 이 유훈을 학성강당이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학성강당은 누구든 찾아와 제 힘으로 먹을거리와 입을거리를 마련하면서 무료로 한학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보통의 백화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성과 세심함이 깃든 학성강당의 백화주가 ‘기술’이 아닌 ‘정신’에서 비롯됐음을 깨우쳐 주는 대목이다.

[만드는 법]

학성강당 백화주의 정확한 이름은 백초화춘(百草花春)이다. 백 가지 약초와 백 가지 꽃이 어우러져 나온 술. 단지 여러 종류의 약초와 꽃이 들어갔을 뿐이고, 완성을 의미하는 일백 ‘백(百)’자를 붙인 것은 아닐까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학성강당의 백화주는 정확히 백 가지의 꽃과 약초가 들어간다.

먼저 약초만으로 백초주를 만들고 거기에 꽃을 넣어 백초화춘을 만든다. 술 이름 끝에 봄 ‘춘(春)’자를 붙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보통 품격 있는 술에 술 ‘주(酒)’자 대신 붙인다. 백화주가 완성되는 데는 대략 100일이 걸린다. 찬 기운이 대기를 덮는 10월 중하순쯤에 먼저 백 가지 약초로 술을 담근다. 상대적으로 다량의 누룩이 들어간다는 점이 여느 가양주와 다르다. 약초의 기운이 누룩의 성질을 눌러 버리기 때문이다.

백화주에는 사약(死藥) 조제에 쓰이는 극약도 넣는다. 술을 빚을 때 쓰는 물은 백 가지 약초를 바짝 말린 뒤 이를 가마솥에 넣고 청정수를 부어 10시간 달인 것이다. 한방에서 극독약으로 취급되는 초오(草烏)·부자(附子)·상륙(商陸)·대황(大黃) 같은 약재들도 한 움큼씩 들어간다. 백화주가 극독약을 피하지 않는 것은 상생상극의 조화를 이루도록 음양오행과 사유[보양·보음·보혈·보기]를 조화시키면 약효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화시키는 약재가 무엇인지는 학성강당 사람들, 그중에서도 백화주를 전수 받은 사람만이 알고 있다.

상극·상생·중화 등의 배합을 고려해 양이 조절된 백 가지 약초가 찹쌀·누룩과 조화를 부려 술로 숙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0일이다. 처음 3~4일은 뜨끈한 아랫목에서 익다가 이후로는 서늘한 윗목으로 옮겨진다. 물은 깨끗한 청정수를 쓴다. 약초의 힘이 물 기운을 모두 품어버리기 때문에 깨끗한 물로 담가야 된다.

술이라기보다는 탕약이라는 편이 나을 정도로 쓰디쓰고 검은 이 술은 충분히 익힌 다른 곡주 항아리에 부어 다시 20일 정도 숙성시킨다. 술에 술을 첨가시키는 이 같은 과정을 두 번 더 반복하면 백초주가 완성된다. 이 과정까지 80일 정도가 걸린다. 백 가지 꽃을 명주 포대기에 담아 백초주에 재워 두고 20일이 경과하면 백초화춘, 곧 백화주가 완성된다. 찹쌀 한 가마니[80㎏]와 백 가지 약초, 백 가지 꽃이 융합하여 100일 만에 나온 양은 약 두 말 반이다.

[생활민속적 관련사항]

지금은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 술이지만, 당초 술은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관리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일종의 ‘약’이었다. 몸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약효를 전달한다는 기능으로 말미암아 술은 또한 ‘백약의 으뜸’이라는 지위를 부여받았다. 약초, 약물, 약탕 등과 같은 맥락에서 ‘약주’라는 말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집안 됨됨이가 가늠된다는 점에서 옛 사대부들에게 손님 대접은 아주 중요한 처신에 속했다. 먼 길을 걸어 찾아온 손님에게 몸을 보(補)해 줄 가장 좋은 먹을거리를 내놓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손님 대접의 으뜸이 술이었고, 이름 있는 집안일수록 가양주의 전통이 단단하게 자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디에 내 놔도 당당한 술을 빚어내려는 마음이 백화주의 전통을 이어 오고 있는 비결이다.

술은 ‘몸’으로 만든다는 것이 김종회의 생각이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양주가 있었고, 5남 2녀의 형제가 있지만 오직 김종회만이 술을 담글 줄 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그저 재미있어서 배웠을 뿐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술이 안 되는 사람은 안 되더라는 것이 지금껏 김종회가 봐온 경험이다.

큰 원칙은 있어도 세부적인 공식은 없는 것이 또한 술이기도 하다. 술은 곧 약이었기 때문에 가양주는 그 집안의 기운에 따라 해마다 달리 담가진다. 이를테면 집안의 누군가가 폐가 안 좋으면 그걸 고치는 데 좋게끔 약초를 비롯한 누룩이나 덧술을 조절하는 식이다. 나이 예순이 넘으면 백화주를 빚을 수 없다. 어머니도 할머니도 모두 예순을 넘기면서부터는 술에 손을 대지 않았다. 술은 정신의 힘으로 빚는 것이기 때문에 쇠한 기운으로 담가서는 술을 망치게 된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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