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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어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601749
한자 禁忌語
영어의미역 Taboo Words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언어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전라북도 김제시
집필자 이정주

[정의]

전라북도 김제 지역에서 종교적·도덕적인 이유로 사용이 금지되거나 꺼려지는 언어 표현.

[개설]

아득히 먼 옛날부터 금기어·속신이 발생하여 전승되었으며, 금기에 대한 수많은 말들이 파생(派生)·조어(造語)되어 이를 불문율처럼 여겨 지켜 내려왔다. 금기어는 금지되는 행동과 함께 금기에 속한다. 금기는 특정한 인물·사물·현상·언어·행위 등이 신성시되거나, 또는 두렵다고 신봉함으로써 그 대상을 보거나, 말하거나, 만지거나, 행동 실천하는 것을 금하는 불문율이다.

금기는 인간의 모든 생활주변과 사회구조 속에 번지고 뿌리 박혀 하나의 속신·속설로 정립되었다. 금기에 관한 속신·속설 등은 끈기 있게 전승·잔존·유포되고 있다. 그 이유는, 금기를 범하면 신령의 노여움으로 즉시 벌이나 재앙을 받게 된다는 주술적 신앙의 마력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의 생활주변에 전승·유포되고 있는 금기의 속신·속설들이 언제부터 형성 발전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금기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행동이나 표시로써 하는 것이요, 또 하나는 말로써 나타낸다. 산고(産苦) 때 대문 위에 금줄을 늘여 놓아 외부 사람과 병마를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든지, 역귀(疫鬼)를 물리치기 위해 대문 위에 가시나무를 달아놓는 것은 전자에 속한다. 갓난아기를 무겁다고 하면 아기의 살이 빠진다거나, 길을 가다가 칼을 줍는다든지 밤에 손톱을 깎으면 해롭다는 말들은 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유형이다. 다양성을 지닌 금기의 속신·속설 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은 귀신을 물리치는 것과 산고에 관한 것이다. 특히 후자는 인간의 출생이란 가장 시원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아기의 운명과 신체의 강약을 대상으로 한 까닭에 더욱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해 왔다.

[종류]

금기어는 공포의 대상을 기피하고자 하는 호칭금기, 불쾌한 연상을 일으키거나 도덕적으로 꺼려지는 대상에 대하여 간접적이고도 우아한 표현으로 바꾸어 부르는 완곡어법, 그리고 다분히 현학적(衒學的)이고 예의적인 표현법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러한 경우에는 모두 특정한 단어가 말로 표현되는 것이 금지되거나 꺼려지기 때문에 그 특정 단어를 금기어라고 부르며, 그 금기어를 대신하여 사용하는 단어를 금기에 의한 대용어(代用語)라고 부른다. 이러한 대용어는 언어의 신앙성이나 주술성에 의해 금기되는 것은 아니지만 넓은 의미로는 금기어에 포함할 수 있다.

호칭금기어에는 민속신앙의 대상이 되는 잡다한 귀신이나 악령의 이름, 그리고 토테미즘의 잔재로써 신성시되는 동물의 이름들이 포함된다. 우리 언어 표현법에는 해를 끼치는 귀신이나 동물의 이름을 기피하여 피해를 막으려는 금기어가 발달되어 있다. 홍역이나 천연두를 ‘손님’이나 ‘마마’로 존칭어를 사용하는 것은 이를 들은 역신의 기분을 좋게 함으로써 병을 옮기는 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이때는 ‘홍역’이나 ‘천연두’가 금기어가 된다. 호랑이를 ‘산신령’, ‘산신’, ‘영감’, ‘사또’라고 부르는 것이나 뱀을 ‘업’, ‘긴짐승’, ‘용님’으로 부르는 것, 노래기를 ‘노낙각씨’, ‘향랑각씨(香娘閣氏)’ 등으로 부르는 것, 구더기를 ‘가시’, ‘거시’ 등으로, 쥐를 ‘며느리’, ‘액씨님’, ‘아니네’, ‘서생원’ 등으로 부르는 것은 이들이 대개 해를 입히거나 악취와 질병을 가져다주는 것들이기 때문에 호칭금기어로 굳은 것이다.

어른들이 귀여운 자식에게 ‘미운 놈’, ‘개똥이’, ‘돼지’, ‘말똥이’ 등으로 부르는 것도 아이의 이름을 천하게 불러 생명을 앗아가는 귀신들의 시야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이때에는 아이의 본명이 금기어가 된다. 심마니들이 쓰는 은어도 일종의 금기어의 성격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일반어를 쓰면 산신에게 부정을 타게 되어 산삼을 캘 수 없다고 하는 심리가 작용하여 일반어의 사용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곡어법에 속하는 금기어로는 불쾌한 대상을 지시하는 단어나 성(性)과 관련된 단어 등이 있다. 변소를 ‘뒷간’, ‘화장실’ 등이라고 하고, 똥을 ‘뒤’, ‘볼일’이라고 하여 그 사용이 꺼려지는 것은 불쾌한 대상을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성에 관한 단어는 가능한 한 다른 표현으로 바꾸어 사용되는데, 이는 그 지시대상의 연상을 도덕적으로 꺼리는 심리에 기인한다.

현학적이고 예의적인 표현이 되는 금기어에는 손윗사람으로서 가족이나 친지의 이름이 특별히 규정된 한자어로 바뀌어 표현되는 다분히 전근대적인 풍습의 표현법을 예로 들 수 있다. 조상이나 손위어른의 본이름이 금기어가 되는 대신에 ‘가친, 선친, 자당, 춘부장, 완장(阮丈), 악장(岳丈)’ 등이 쓰인다. 그 적용범위는 손아랫사람에게까지 확대되어 ‘영제(令弟)·영식(令息), 영애(令愛)’ 따위가 쓰이게 되었다. 또한 택호(宅號), 당호(堂號), 아호(雅號)를 쓰는 것도 이와 같은 예의적인 표현의 하나인데, 요즈음에 와서는 점차 소멸되어 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언어의 형식[음]과 내용[의미] 간의 관계가 자의적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그 관계가 필연적이라고 믿는 사고에서 나온 것이다. 언어의 주력(呪力)을 믿는 고대인들의 언령사상(言靈思想)이 현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능]

금기어는 실제 생활 속에서 어떤 구실을 하는가에 따라 몇 가지 기능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신성불가침(神聖不可侵)의 기능이 있다. 금기[taboo] 속신은 그것이 표지로 되어 있든 금기어이든 신성불가침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산신당, 장독대, 서낭당, 동네의 신목(神木)[고목] 등에 금줄을 매어 둔 대상물이나 장소에는 함부로 출입하거나 그것을 허물거나 손상을 시키지 못한다. 만일 그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신의 노여움을 받아 큰 벌과 재앙을 받는다고 믿어 왔다. 이것은 수천 년 동안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의식구조 속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불문율의 금제(禁制)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언급한 대상에 대한 금기어도 많이 있다. 이 대상들에 대한 금기어는 어려서부터 귀가 아프게 듣고 체질화되어 신앙에 가깝다. 하나의 숭신사상(崇神思想)의 발로라고 보지만, 그러한 표지나 말을 하여 현상을 유지하고 자신들[설치자(設置者)·담화자(談話者)]의 목적이나 의사를 달성시키려는 역행적 의도도 많이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신체의 보전과 건강 유지의 기능이 있다. 금기어 가운데는 신체의 정상적인 보전과 건강유지에 필요하고 과학적으로 일리 있는 내용들이 있다.

셋째, 심사숙고(深思熟考)와 미연방지의 기능이 있다. 우리 인간들은 언행이나 삶을 이룩함에 있어서 깊이 생각하고 전후좌우를 자로 재어 바르게 실천하는 일이 드물다. 또 조금만 주의하고 미리 태세를 갖추면 될 것을 경망스럽게 하다가 큰 화(禍)를 입거나 패가망신하는 일이 많다. 그 점을 계몽하고 보급·전승시키려는 뜻에서 금기어가 발행된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 해당하는 금기어는 다소 과학성을 띤 말로써 일을 하거나 말하기 전에 심사숙고하거나, 그 상황을 헤아려 사전대책을 강구함이 좋으리라고 계몽하는 예고어(豫告語)이기도 하다. 우리는 현실생활에서 이러한 금기어의 혜택을 은연중에 많이 받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금기어들은 역사가 없어지지 않고 겨레가 존속하는 한 영원히 교훈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금기어를 한낱 미신적·속신적 대상이라고만 웃어넘긴다면 너무 비현실적이고 속단이며 교육적인 효과를 도외시한 태도라 하겠다.

넷째, 금기어는 한국 민속의 고유성·전통성 부각(浮刻)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외국의 경우에도 허다한 금기표지와 금기어가 있다. 수많은 금기어 중에서 두드러지게 한국적인 것, 한국민족의 의식구조에 뿌리 박혀 있는 특이성과 고유성을 지닌 것들이 많다.

다섯째, 적극성과 능동성 조장(助長)의 기능이 있다. 한국인은 대체로 모든 일에 소극적이란 말을 듣는다. 그것은 오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연적이거나 인위적인 여건 하에서 우러나온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한 국민성의 개선과 더욱 능동적·적극적 삶을 위하여 금기적인 언사를 사용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사실은 역사 이래 타인이나 외국을 먼저 공격하거나 침범하지 않고 항상 방어 태세만을 취한 우리의 역사와 조상들의 의식주 등 생활양식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금기어들은 언뜻 생각하기에는 소극적이요, 피동적인 것 같으나 그 말 속에 담겨 있는 뜻은 그와 반대로 적극적이요, 능동적인 행위를 촉진·환기시키는 기능[구실]을 가지고 있다.

여섯째, 금기어는 미신을 믿고 속신행위를 권장하는 기능이 있다. 과학문명이 발달된 오늘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허무맹랑하고 비과학적인 금기어가 신봉·전승되고 있다. 이러한 금기어 습속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상당한 피해를 당하고 있다. 언어나 민속학의 측면에서 볼 때에는 하나의 연구 대상이 됨과 동시에 사회심리학에서도 다루어지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이러한 금기어는 빨리 없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금기어는 이러한 기능 외에도 조상숭배의 기능, 상부상조의 기능, 생산성 촉구의 기능, 불행이나 재난 방지의 기능 등 많은 구실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대상들은 정신위생학·사회심리학·사회학·언어학·방언학·민속학·역사학·문화인류학적인 면에서 분석·검토하여 연구함이 타당하다.

[분석과 전망]

다양성을 지닌 수많은 금기어 중에는 과학적인 것과 비과학적인 것,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막론하고 거기에 담겨 있는 문제는 ‘어떠한 것이 어떠하면 어떠하다’고 하는 단순한 인과율도 있지만, 금기어를 신앙처럼 무조건 믿고 그대로 실천·실행하는 결과로 일어나는 사회적 부작용은 자못 심각하다.

사(四)자가 사(死)자 발음과 같아 죽음[死]을 연상하는 착각으로 병원·고층건물·호텔 등에서 ‘사(四)·4’자를 쓰지 않는 비과학성과 회피성 등은 과학이 발달된 현대 사회에서도 탈피하지 못한 채 남아 있으니 하나의 기현상이다.

이러한 금기어는 가정과 사회구조 속에 남아 있으며, 널리 유포·전승되고 있다. 도시보다는 시골에, 젊은 층보다는 노장층에, 상류층보다는 서민층에 더 많이 도사리고 있다. 만일 이러한 금기어를 위반하거나 범하면 신령의 노여움을 받아 즉시 벌이나 재앙을 받게 된다는 주술적 신앙의 마력에 사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대처하거나 노력하여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다른 힘에 의하여 해결하려는 의타심리(依他心理)와 안일의식(安逸意識)에서 조성된 숙명론에 젖어 들어 무의식중에 스스로 그 굴레 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금기어는 거의 전부가 ‘하지 마라’의 금지령이다. 금기어는 지나치게 신봉할 것도 아니고, 회피할 성질의 것도 아니다. 금기어 중에는 인간들에게 필요하고 소중한 것도 많이 있으며, 합리적·과학적인 대상도 많이 있으므로 그것을 잘 고르고 판가름하여 지켜 나가는 것이 현대인의 현명한 생활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답습되어 온 맹신적 금기어라 할지라도 윤리도덕과 사회질서, 의학과 기타 과학 등의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기능으로 능히 탈피하여 합리적인 삶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전통적·인습적인 방대한 금기어를 민속학이나 언어학을 비롯한 많은 학문 분야별로 분석 종합하여 체계화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의 언어민속학이나 전통문화가 정립되고 한국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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